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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하 부산대 교수(국교련 정책위원장) |
대학의 경쟁력 제고―이 시대 대학사회의 화두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여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에 이어 국립대학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법인화에 필요한 여건이 부족한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 상태에서의 법인화가 대학교육과 연구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그 철회 및 유보를 요구해 왔다.
국립대 법인화가 왜, 어떻게 문제가 있는가? 그 본질은 경쟁력 확보이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가 주장하는 법인화의 진실과 허구를 진단해 보자.
교육부가 경쟁력 제고를 법인화로만 주장하는 실제 이유가 무엇인가?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채무가 2005년 GDP대비 30%가 넘었다. 일인당 빚이 5백만원이 넘는다. 2005년 예산에서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 규모’가 17.8%로서 ’03년 18%와 ’04년 18.5%보다 낮아졌으며 그 중 대학 예산은 7%가 되지 않은 1조 8천억 정도이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비’ 정도라면 우리 대학예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은 법인화뿐인가? 다른 국가들에서 시사 받을 수 있다. 일본은 그동안 대학에 엄청난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 그 결과가 부실하자 재원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자 법인화를 도입하였다. 미국의 주립대학은 평의회나 이사회 제도를 운용하면서 재원을 주보조금, 등록금, 기금 및 수익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은 대학합병과 선택 및 집중 전략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211공정, 985공정으로 한 대학에 연 2천억원 내외 지원). ‘독립학원’이 민영화라 하여도 극히 부분적으로 대학교 내의 단과대학의 규모에 적용할 뿐이다. 이들과 달리 독일은 통일 후, 대학의 위기논쟁(대학재정의 부족과 교육의 질적 저하) 때, 공교육 중심주의를 기반으로 개인적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개혁모델을 성공적으로 변화,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과 비교하여 한국은 국립대 법인화를 하기에는 재정이나 사회문화적 조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대학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진실인가? 특별법상 대학의 특수법인화는 ‘당해 주무부장관이 임원 선임, 사업계획 승인, 결산 보고 등을 특별지휘·감독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이처럼 장관의 명령을 받아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전과 마찬가지이다. 총장의 자율성은 대내적일뿐 대외적(교육부)으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재원 확보도 문제이다. 교육부는 고등(대학)교육 공공재원교육비를 현행유지 또는 정부예산증가율 등을 반영한 지속적인 재정지원의무를 법률로 명시할 방침이라도 한다.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이긴 하지만 현재 전체 교육예산비율 감소를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다. 만일 가능할지라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특별법 종료 후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특히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선진국형(1대 10)으로 개선하려면 현재의 대학예산의 2배는 족히 들 것이다. 때문에 예산이 동결된 상황에서 불원간 등록금이 1천만원대 이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번 등록금이 인상되면 법인대학과 사립이 경쟁적으로 높여 갈 것이다. 이 경우 교육기회가 재산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헌법 31조인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장학금의 수혜도 축소될 것이고 고액의 기숙사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어 학생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 보완책으로 교육부는 ‘정부보증학자금대출제도’를 제시한다. 그 내용을 보면 대출조건이 까다롭고 연이율이 기존 4%에서 6.95%~7.00%로 인상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제도가 학생을 위한 것인지 은행 장사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거의 이자가 없거나 건실한 세납자인 경우 연차적으로 학자금 대출금액을 감액시켜준다. 또한 주립대학이 사립에 비하여 등록금이 최소 1/5 이상 저렴하다. 이런 각종 혜택정책들은 시장 중심의 교육정책의 문제를 공교육적 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책들은 외국의 형식만 도입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보완조치라는 교육부의 주장은 허구이다.
교육부가 행정지도를 통하여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 또한 교육부의 대학 자율성을 제고한다는 원칙과 배리되는 것이므로 그 실현을 믿을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법인화가 자율화가 아닌 교육부의 새로운 통제방식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대학운영체제개선협의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보여준 교육부 행태는 스스로 신뢰를 파괴한 것이다. 발전적인 해결책 모색방안으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에서 제안했던 협의회 안을 일방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신의를 저버렸다. 국교련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명을 제외한 8명은 교육부가 선정한 인사들이었다.
결론적으로 교육부는 일방적인 법인화 추진을 중단하고 새로운 참여적 의사결정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법인화 이전에 ‘국립대학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재정지원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