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술과 담배의 해악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들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적이라는 점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60%가 여전히 넘고, 남자고교생의 흡연율은 40%를 넘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2-3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우리 주변에는 술과 담배가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아직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술과 담배의 중독성 탓도 있지만, 술과 담배만큼 손쉽고 저렴하게 팍팍하고 고달픈 삶을 위로해주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득수준이 낮고 학력이 낮을수록 음주나 흡연비율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금주와 금연이 확산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다. 술-담배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기업들 때문이다. 담배생산자, 주류업계, 유흥업계는 물론이고 언론매체, 광고제작자, 광고모델 등도 여기에 속한다. 술과 담배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법적으로 술담배 광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최근 한국사회에 또 다른 중독물질이 등장했다. 월드컵이다. 물론 월드컵이 술-담배와 같은 사회적 해악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를 보면 월드컵은 술-담배와 같은 경향을 상당히 많이 포함하고 있다. 월드컵이 현실도피처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축구를 좋아해서, 즉 축구팬으로서 월드컵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드물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초호화 첨단 축구장을 전국각지에 건설했지만, 국내 축구팀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은 늘 썰렁하다. 대다수 한국인은 국가대표 축구팀에만 관심을 두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다.
먹고 살기는 힘들고,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승리자의 환희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월드컵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고달픈 삶의 도피처이자 위안처로서 월드컵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 기업과 방송사들이 국민들을 월드컵 중독자로 부추기고 있다. 텔레비전만 틀면 월드컵이고, 국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월드컵 광풍에 묻혀 간과되고 있다.
월드컵에 중독된 사회가 아니라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는 사회가 될 때 대한민국이 진정한 축구강국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축구국가대표팀의 승전보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나도 빨리 원고 마감하고, 월드컵 중계나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