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 교육당국의 구조개혁안에 대해서는 “대학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부의 교수 충원 기준을 맞추려면 작은 대학은 한해에 몇 명을 선발하면 되지만 대규모 대학은 수백명을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재단의 기금이 거의 없는 사립대 재정구조에서 정부의 재정지원과 다양한 재정 확보 방안이 함께 고민되지 않으면 정원 감축이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발 나아가 총장들은“퇴출 가이드라인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준을 선포한 것 아니냐”면서 “구조조정 성과를 봐가며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대학을 불신하고 규제하려는 관료주의적 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성토했다.
발등의 불은 구성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로, 서울지역 한 대학 총장은 “교수들에게 학생 정원을 줄이자고 하면 기금도 못 모으면서 왜 돈 까먹는 일만 하려고 하느냐고 말한다”면서 정원 감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극범 대전대 총장은 “구조조정, 특성화를 얘기하는데 현실적으로 여러 전공을 없앨 수도, 교수들을 내보낼 수도 없다”면서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만을 양성한다면 대학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대학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이상천 영남대 총장은 “정원 감축은 단순한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교수와 인프라의 문제로 이는 재정과 직결된다”면서 “재정 확보 없이 정원을 감축할 경우 경비 절감차원에서 계약제나 시간강사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장들은 대학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정 확보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 수준의 등록금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대학 교육예산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하고 국·사립간 재정지원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어 총장은 “우선 이공계열 교수확보를 위한 특별기금·연구기금을 확충하고 점진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면서 “등록금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장학금을 확충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천 총장도 “등록금 의존구조를 완화하고 학교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기부입학제 등 재정 확보의 다양화 측면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청 대교협 사무총장은 “학문영역과 사회적 수요에 따라서 정원을 조정하고, 등록금 체계를 바꾸는 한편 정부지원이 확대돼야 정원 감축이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교수 체계에서 학습체계로 전환되면서 세계적인 추세는 교수의 역할과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인문사회계의 경우 정원이 6천명 정도돼야 자립이 가능하고, 그 이하면 오히려 교육이 부실하다”면서 정원 감축이 대학교육의 질을 담보할지에 대해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