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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거는 기대
배한동 경북대 교수/ 본지 전문 위원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던 17대 총선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이 참으로 오랫만에 의회 교두보를 확보한 것도 관심사이지만, 교수 출신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역대 어느 선거때 보다 많은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교수들이 신성한 교직을 버리고 정치에 입문하는 것을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워낙 우리의 정치판이 혼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덕성을 갖춘 교수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오염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문직인 대학 교수나 총장은 결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는 징검다리가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가 불신 받고 있는 현실에서 교수들이 전공한 학문과 경륜을 정치 현장에서 구현하여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 것은 백안시 할 일만은 아니다. 현행 정당법이 부교수 이상의 교수들에게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하도록 허용한 것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할 일부 교수들이 강의와 연구를 팽개치고 정치권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은 신성한 상아탑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자제되어야 할 것임은 틀림이 없다.

여하튼 오랫동안 상아탑에서 후진 양성에 매진하던 많은 교수들이 한국식 정치판의 탁류를 헤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교수 사회의 일원으로서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어떤 사유로든 휴직을 하지 않고 출마한 37명의 교수들은 17대 의회 임기가 시작되는 5월 31일까지 그동안 못다 한 결강과 보강을 통하여 교수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하여야 할 것이다. 총선 당낙에 관계없이 그 동안 소홀했던 강의는 충실히 보강하고, 논문 지도 등 학사 업무를 충실히 하여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제자들에게 훌륭한 스승의 이미지를 남겨두고 떠나길 바란다.

둘째, 이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교수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성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여지없이 무너져 있다. 국회의원들은 거짓말 잘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모략 중상하고, 가장 지저분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마저 있어 그것이 정치 불신, 의회 불신으로 이어진다. 교수출신 국회의원도 별 것 아니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대한 민국 17대 국회가 교수 출신 국회의원에 의해 도덕성과 신뢰가 회복되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교수출신 국회의원부터 도덕성을 지켜 혼탁한 한국 정치에서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다할 때 가능할 것이다.

셋째, 교수 출신 의원들은 이 나라 교육의 참된 발전과 경쟁력 증진을 위하여 소속 정당이나 분과가 다를지라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과거 교수나 총장 출신 국회의원이 참된 교육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사학비리를 두둔하는 온상이 되었다는 따가운 평가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라의 장래는 교육에 달려 있으나 우리 대학 교육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공 영역이 다르고 소속 정당이 다를 지라도 교수 경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이 나라 대학 교육의 위기를 누구보다도 현장 경험을 통하여 알고 있으므로 교육 살리기에 지혜와 슬기를 모아주길 바란다.

넷째, 교수 출신 국회의원들은 최소한 한국 정치판의 줄서기나 당명의 맹목적인 복종으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구태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과거 우리는 교수 출신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이 학자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하지 못한 경우를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회도 이제 정치 이데올로기의 선전?선동 이나 싸우는 국회보다는 전문성과 실용성을 통한 ‘일 잘하는 의회’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교수 출신 국회의원도 소속당이 있고 계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뇌사국회, 방탄 국회, 식물 국회에는 염증을 느끼고 있다. 비록 당론에 반하더라도 신념과 전문성에 바탕한 학자적 양심을 지키는 선비 정신을 이어가는 국회의원 상을 바란다. 이 나라 국회를 살아 있는 국회로 만들고 한국의 후진적인 정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교수출신 국회의원들이 일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4-04-24 오후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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