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탄핵 정국을 보는 시각
배한동 (경북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같이 살아가는 문화가 부족하다. 친구가 아니면 적이고, 흑이 아니면 백이다. 우리의 정치판도 퍼펙트 게임이나 제로섬 게임만을 선호한다. 탄핵 정국을 보는 시각이나 해법도 이와 같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할 때 심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언론 매체인 방송과 신문, 시민 운동의 진보와 보수 단체, 노년층과 청년층, 여당과 야당의 갈등과 대립은 가히 홉스가 말한 ‘만인대 만인’의 투쟁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와중에서 소위 탄핵 정국을 냉철히 보는 양비론적 시각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흑도 백도 아닌 회색은 선명성이라는 기준으로 배척당한다. 그러나 감성이 이성을 짓밟는 정치 풍토에서 사태의 해법을 위해서라도 양비론적 시각은 존중되야 한다.

양비론은 어정쩡한 것이 아니라 양쪽을 상대적 관점에서 비판, 합리적 토론의 토양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념의 스펙트럼에서도 극좌와 극우를 반대하고 건전한 중도층을 이루며 행동의 선택은 상대적 가치 우위에 따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이번 탄핵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극약 처방을 한 것도 잘못이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안정적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이 무엇이 문제인가. 각종 여론 조사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또한 국론 통일을 앞세우며 탄핵 정국이 친노와 반노로 분열됐다는 분석도 잘못이다. 친노도 반노도 아닌 진정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상당수 소리없는 양비론의 민초들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국론 통일의 강요야말로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분열되고 과열된 국론은 민주화의 진통이며 이성적인 판단과 토론을 거쳐 안정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우리는 감정과 정서에 의존한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여론부터 경계해야 한다. 과거 부정 선거의 원흉이며 독재자로 규탄받던 이승만의 하야에 울음을 터뜨리고, 신군부 독재와 축재의 대가로 추운 겨울 벙거지 모자를 쓰고 나타난 백담사의 전두환을 보고 가엾다며 백담사로 몰려들던 백성들이 아니던가.

우리는 이성을 찾아 이러한 미증유의 탄핵사태가 발생한 폭풍과 연쇄적인 역풍의 진원을 냉철하게 분석,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탄핵 정국의 책임만을 추궁할 시기가 아니다. 간음한 사마리아 여인을 거리에 내몰아 유태인의 율법에 따라 돌로 내리치려는 성난 군중을 향해 “너희들 중에 죄없는 자는 이 여인을 돌로 쳐라”라고 하신 예수의 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서로가 먼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라는 희화적 정치는 이제 거두어야 한다. 모든 책임은 ‘너 때문이다’라는 흑백론도 청산되야 한다. 타협과 양보를 패배와 굴종이라고 보는 맹목적인 지조론도 탈피해야 한다. 이제 수적인 횡포의 정치도, 배짱과 오기의 정치도,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패권 정치도 성공할 수 없으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극한 대립이 상처만 남김으로 국민을 위한 타협과 대화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소중한 교훈을 다시 얻어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4-03-20 오후 3:50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김해외 한국사회 2004-04-03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