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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채찍질하자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모든 사람이 굶주리지 않고, 육체적 정신적인 위협이 없이 함께 화합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화를 추구하는 목표이다. 또 평화는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유지해 나가는 것(peace keeping)이 아니라, 목표를 위한 의식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peace making)이다. 그러므로 전쟁과 평화는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개념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야만적인 전쟁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평화를 위한 전쟁은 모두가 화합하는 세계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분리하고, 한 편의 인간만을 위한, 그 반대 급부로 다른 편의 인간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폭력을 동반하므로 결코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또한 이러한 전쟁을 용납할 수가 없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할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류는 이러한 더러운 전쟁의 소용솔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소위 하나의 악을 없애기 위하여 다른 악을 자행하는 전쟁이 현재 세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라는 이름의 악을 없앤다는 명분은 결국은 테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으로 될 수 밖에 없으며, 이들을 지원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잔인한 폭력을 수반하고 있다. 결국 평화를 위하여 무자비하게 인간들을 도륙내는 전쟁이 우리의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추악하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이라크에서 미군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엄청난 숫자의 민간인이 살육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산자의 영혼과 양심을 일깨워 잊혀질 수 없는 과거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임을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자의 영혼을 말살하는 가장 반인간적인 폭력은 살아있는 자들에게 부끄러움만을 가르칠 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를 아프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항거로써 우리는 우리의 양심을 지켜야만할 것이다. 죽임을 당한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종교적인 안식처에서 평화롭게 지내기를 우리는 기원할 뿐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 그것도 영혼이 완전히 파괴된 사람들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이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어디에서도 평화로운 안식처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들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로 여기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것은 그들의 영혼을 완전히 말살하는 추악한,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절대 한, 두 사람의 과오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적인 생활윤리를 실천하는 이슬람세계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모든 것을 직접 그들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한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미군의 고문행위는 인간의 도덕과 윤리를 파괴하는 영혼 말살정책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고문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고결한 영혼까지 말살해버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추악한 행위이다. 하지만 우리는 소위 고도의 문명이 실현되는 21세기에 가장 추악한 행위가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저지르지고 있는 현실에 경악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영혼을 말살하는 추악한 행위에 어떠한 형태로도 항거하지 못하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한 추악한 행위에 우리도 공범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우리의 영혼을 채찍질해야만 한다. 분노를 넘어 이제 우리는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한 자신의 항거를 시작해야한다.

모든 형태의 항거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또 절박한 것으로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온몸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영혼을 말살한 행위는 평화를 위한 전쟁이니, 평화와 재건이니 하는 어떤 수식어로도 덮혀질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덮여질 수 없는 현실을 다른 이름으로 논의하며 우리의 군대를 파견하는 행위는 영혼을 말살하는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며, 이를 그냥 묵인하는 것 또한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우리의 영혼에 째찍질을 하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4-05-31 오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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