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대학들은 10년 혹은 20년을 주기로 커리큘럼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 자체의 커리큘럼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데, 하버드대학의 보고서는 미국 최고 엘리트대학의 자체 평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
1972년 이후 처음 발행된 이번 하버드대 보고서는 하버드대 커리큘럼의 대대적인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필수과목의 최소화와 선택과목 및 학제간 수업의 확대는 변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선정되었으며, 소규모 세미나를 통한 교수와 학생 간의 유대감 강화, 전 학생에 대한 기초 과학교육 확대, 전체 학생에 대한 외국유학의 기회 제공 등도 학생들의 균형적인 감각과 폭넓은 지식 형성을 위한 필수 요소로 지적되었다.
하버드대 로렌스 H. 서머 총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연하고 폭넓은 커리큘럼은 시대의 요청임이 분명하나,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손쉬운 과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학생들의 수업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우선 학과 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또 소규모 수업, 외국유학의 기회 확대도 충분한 재정이 확보된 이후에나 추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하버드대 보고서는 전반적인 면에서 다른 대학의 보고서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지워싱턴대의 스테판 조엘 트라쉬텐버그 총장은 "오래된 술을 새 부대에 옮겨놓았을 뿐"이라며 이번 하버드 보고서에 대한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자부심 아래, 오랫동안 학문적 전통을 수정하거나 외부 영향을 받아들이는 데에 인색했던 하버드가 올 해 학제간 교육이나 외국수학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점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크로니클)
지유리 객원기자 yuriw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