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유럽 대학들이 이렇게 졸업생 및 동문의 개인 주머니에 관심을 쏟게 된 데에는 전통적인 유럽 대학 시스템의 붕괴가 큰 역할을 하였다. 역사적으로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오던 유럽의 각 대학들은 전적으로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해 왔는데, 유럽의 교육 단일화 정책과 고등교육 세계화 개방 이후 이제는 정부만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정부 지원금이란 결국 국민의 세금인데, 늘어나는 대학 입학 수요에 비해 정부가 대학운영의 몫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은 갈수록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국경을 넘어선 대학 간 경쟁과 늘어나는 고등교육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스스로 재정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대학발전기금을 모금할 수 있는 독립적인 행정기구를 갖춘 대학도, 동문의 밤 등 기금조성을 위한 연례행사를 개최해본 경험이 있는 대학도 거의 없는 유럽의 현 상황에서, 유럽의 각 대학들은 미국식 기금조성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 행사, 사교모임 등 재학시절부터 학생들에게 끈끈한 '모교' 정신을 심어주는 미국 대학의 전략이야말로 대학이 졸업생들과 꾸준한 관계를 맺고 실질적인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유럽 대학에 활발한 기부문화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유럽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은 물론 기부문화에 낯설었던 국민들 사이에 기부에 대한 공감대 및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그나마 기금조성에 가장 열심이었던 옥스포드-캠브리지 대학의 기부금 순위는 미국 대학과 비교했을 때 15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외 다른 영국 대학들은 1백50위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 루드비히막시밀란대학의 코넬리아 본센 총장의 말처럼 현재 유럽내 모든 대학 총장들의 가장 큰 화두는 "대학의 기금 조성"이다.
(크로니클)
지유리 객원기자 yuriw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