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개발원(부연구위원, 연구팀장)
-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교육연구소 초빙연구원(풀브라이트 재단)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박사과정(교육행정 전공)
첫째로 지방대학생들은 화난다. 공부도 못 하던 같은 반 친구들 중에 서울대학(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애들을 보면 화가 난다. 나도 서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 분명히 되었지만 난 서울대학보다는 지방대학을 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서울대학에 진학하려면 돈이 정말 많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돈이 들만큼 좋은 대학도 아닌 것이 서울대학이다. 지방대학의 값어치가 돈에 비하면 훨씬 좋은 편이다.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에 가고 못 가는 것은 분명히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고 안 했는가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학교선생님들께 들었고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내가 공부할 때 놀기만 하고 성적도 나보단 못한 친구들이 무슨 이유인지 서울대학에 진학을 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느 새인가 그 친구들은 나에게 와서 뽐내기 시작하고, 뽐내다 지치면 나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어느 새인가 나는 그 친구보다 공부 못한 아이가 되어버린다.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말 화난다.
둘째로 지방대학생들은 슬프다. 가끔 서울에 가보면 정말 슬프다. 서울대학생들은 대학만 다니는 것이 아니고 시내 영화관과 연극장, 오페라 극장과 멋진 카페를 드나들고 화려한 쇼핑가를 다닌다.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때 공부하느라 한번도 못 가본 연예인 쇼에도 서울대학생들은 쉽게 가고,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과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연예인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 정말 부럽다. 그리고는 슬퍼진다.
대학에 가면 대학캠퍼스에서 멋과 낭만을 느끼고 훌륭한 교수님의 명강의를 듣는 일들에 대해 생각했는데 대학생활은 대학 밖에 더 큰 것들이 있었던 사실은 몰랐던 것이다. 지방대학에도 훌륭한 교수가 있고 캠퍼스는 더 아름답기까지 한데 지방대학을 품고 있는 지방도시는 정말 서울에 비하면 보잘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왜 이렇게 슬퍼지는걸까?
셋째로 지방대학생들은 속았다. 그래 속은거다. 부모님께서 날 속였고 선생님께서 날 속였다. 세상이 날 속인 것이다. 물론 속은 나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분명한 것은 속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서울대학에 갔어야 했다. 엄마아빠를 졸라서라도 가야했고 선생님께 우겨서라도 가야했고 재수를 해서라도 가야했다. 정말 속은 것이고 쉽게도 포기해버린 나의 잘못이 정말 크다.
더구나 공부도 못하던 그 친구들이 이제 어엿한 서울대학생들이 되고 4년이 지나 졸업할 때가 되면 어딘지 모르게 나보다 훌쩍 커버린 것을 볼 때 속았다는 생각은 현실이 되어 버린다. 그들은 그렇게 서울에서 풍요롭게 자신있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보다 좋은 조건에서 나보다 좋은 직장을 찾아 나갈 것만 같은 나의 불안감은 어느덧 사회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방대학생들의 서러움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까?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렇다. 공부잘하는 학생들을 속이지 말고 모두 서울대학으로 진학시켜주어야 한다. 돈이 모자라면 장학금을 지원해야 하고 숙소가 모자라면 기숙사를 지어주어야 한다. 예부터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지방대학들이 다 망한다고 한다. 도대체 지방대학이 망할까 두려워 지방대학생들의 서러움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러면 지방대학을 모두 서울대학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서울에 있는 좋은 연극장과 음악관과 멋진 식당들을 지방대학촌에 건설해주어야 한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어줍잖은 지방대학살리기 정책들을 잊어 버릴만 하면 내뱉고는 금방 또 감추어버리는 속임수는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 물론 지방대학생들이 두 눈 부릅뜨고 그렇게 속이는 어른들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지방대학생들이 온 힘을 합쳐 서울대학 지방대학의 이분법을 깨부수는 데 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