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는 국립대 법인화가 민영화는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국가 부문의 축소를 통한 재정부담의 경감 및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증대’라는 의미에서 파악한다면 법인화와 민영화의 논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의 이런 주장은 공교육의 국가적 책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국립대 법인화 추진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총장선출을 간선제로 유도하고, 직선제로 할 경우에는 지역 선관위에 그 관리를 위탁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대학자율 및 대학자치를 심대하게 손상시키는 조치이다.
총장직선제는 대학민주주의와 대학운영에 대한 자율성의 상징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총장선출에 직원도 참여함으로써 선거가 한결 투명해지는 등 대학민주주의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법을 개악한 것은 교육부의 영향력을 강화하여 보다 원활하게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사전공작에 불과하다.
또한 법인화가 대두되면서 교수회ㆍ직원회ㆍ학생회의 법제화 및 대학자치기구인 이른바 ‘대학운영위원회’를 제도화하겠다는 계획마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총장과 이사회에 권한이 집중되도록 하였다. 대학의 자율화가 아닌 총장과 이사회만의 자율화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인화만 된다고 해서 국립대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나라의 사립대중 세계 1백위권 내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반면에 법인화가 되어 시장에 내던져진 국립대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김진표 장관이 확인해준 등록금의 대폭인상은 기본으로 하고, 조직의 감축과 노동력의 유연화 역시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는 돈이 되지 않고 비용만 많이 축내는 기관들은 외주 용역화하거나,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직원들의 신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교원 역시 연봉제나 임기제와 같은 방법으로 상시 퇴출이 가능하게 되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없는 불안한 구도가 형성이 되고, 시간강사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의 부실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현재 전체 공무원에게 강요되고 있는 총액인건비제나 성과관리 등과 연관하여 공무원 퇴출제도 로드맵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개혁정책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초조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는 교육정책을 조급하게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운영체제개선협의회’와 같이 속이 훤히 보이는 협의체를 만들기보다는 지금이라도 교육의 주체들과 보다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여 손상된 신뢰부터 회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