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워릭대 캠퍼스의 설립을 추진했지만, 정작 워릭대 내부에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규제로 인한 학문적 자유의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일부 학생과 교직원으로 구성된 평의회가 캠퍼스 설립에 대해 반대안을 확정하자 워릭대 이사회는 싱가포르 캠퍼스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성명서를 내놓게 됐다.
싱가포르에는 이미 프랑스의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미국의 시카고대 경영대학원과 MIT의 캠퍼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영국 워릭대와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대는 싱가포르 재무부가 학부과정까지 갖출 수 있도록 허가한 유일한 대학이었다.
게리 로단 호주 머독대 아시아 리서치 센터장은 “다른 대학들도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같은 조건을 제시받는다면 워릭대처럼 학문적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조건은 대학이 싱가포르 내부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것은 모든 외국 대학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워릭대에 자문 보고서를 보낸 싱가포르의 이오 리 안 교수(법학)는 “싱가포르 정부는 대학의 학문적 결과가 싱가포르 정책에 반하는 것일 경우 대학의 운영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싱가포르 대학들 역시 이러한 감독 하에 있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3년 싱가포르의 거의 모든 일자리가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싱가포르 난양 기술대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조사 결과를 반박하자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40년간 인민실천당이 집권해온 싱가포르는 종종 견실한 경제 정책으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게 뒤진 편이다.
지난 해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1백67개국 중 1백47위에 랭크돼 홍콩, 태국, 인도보다도 처지는 순위를 기록했다.
영국 더 타임즈가 선정한 영국 대학 랭킹 8위인 워릭대의 이번 결정은 외국 대학이 싱가포르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거절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싱가포르는 국가 수입에 있어서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교육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5년까지 15만 명의 유학생들을 유치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번 워릭대의 캠퍼스 설립 전면 백지화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