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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과학, 사회를 품다-과학기술사회학편
시민의 과학참여가 '과학기술 민주화'
과학기술과 사회는 불가분 관계를 형성하며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과학기술 없이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전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또 과학기술이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그대로 믿고 따라도 될까? 과학기술의 영향력과 비중이 커질수록 이 같은 의문 역시 커진다.

■과학기술사회학의 등장

얼마 전 인천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장래 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학생이 “전 과학자가 꿈입니다. 과학자가 돼서 세상을 발전시킬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다른 학생이 “거짓말, 과학자는 세상을 파괴하는 사람이야”라고 되받아쳐 두 학생 간에 언쟁이 발생한 것. 두 학생의 언쟁은 어느덧 각자의 지지자가 생기면서 이내 교실 전체를 술렁이게 했다.

일견 초등학생들 간의 단순 말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이 해프닝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의 야누스적 시각이 배어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학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팽팽히 엇갈린 두 초등학생의 생각 차이는 곧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불신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산업 혁명 이후 급속히 성장한 과학기술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1·2차 세계대전, 1960년대 ‘침묵의 봄’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은 점차 그 위험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과학자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생긴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은 맹목적인 과학기술 숭배와 신뢰에 대한 반성을 불러왔으며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확연히 양면성을 띠게 됐다. 이는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질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학문적 차원에서 풀어가는 과학기술사회학(또는 과학사회학)이 등장했다.

과학기술사회학은 과학-기술-사회의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바림직한 관계 정립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학문과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논의해 과학기술과 사회가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 과학기술사회학의 목표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과학기술사회학자로는 김문조 고려대 교수, 김환석 국민대 교수,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 등이 있다. 또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대전지역 젊은 연구자들과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참여연구센터 등은 과학기술사회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시민사회 단체들이다.

김문조 교수(사회)는 “과학기술사회학적 통찰은 과학지식의 사회적 기여와 폐해에 관한 균형적 시각을 제공한다”면서 “더불어 사회 구성에 관한 이해를 통해 합목적적 과학관, 전망적 사회상을 기초할 수 있는 지적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사회학의 도전, 과학기술의 민주화

1960년대 말, 네덜란드 위트레히트대에 아주 생소한 상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 당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학상점(사이언스 숍)이 바로 그것. 베트남 전쟁에서 비쳐진 과학기술의 폭력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교수와 학생들에 의해 시작된 이 과학상점은 이후 네덜란드 전 대학은 물론, 독일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7월, 대전 지역에 과학상점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과학상점은 과학기술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시민들과 대학의 연구자들을 연결시켜 시민들이 연구와 자문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구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정책입안자, 과학자 등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들의 소유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과학기술사회학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과 사회 참여, 즉 과학기술의 민주화다. 과학기술이 소수엘리트들에 의해 독점될 때, 과학기술의 비인간화와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것이 과학기술사회학의 믿음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민주화야 말로 과학기술의 역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과학기술사회학자들은 강조한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는 “과학기술이 보다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을 하려면 과학 기술을 전문가의 통제에 맡겨 놓을 것이 아니다”며 “시민사회의 다양한 대중이 참여하는 민주적 통제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민주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사회와 시민참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과학기술 민주화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초·중·고교에서 과학관련 과목을 배우는 것부터 앞서 설명한 과학상점,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감시운동 등까지 모두 과학기술 민주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이다.

또 김환석 국민대 교수 등이 주장하고 있는 시민합의회의도 과학기술 민주화의 한 방안이다. 김 교수는 15~20명의 보통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패널이 전문가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뒤, 치열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채택한 정책권고안을 사회에 공표, 정책에 반영되도록 촉구하는 ‘시민합의회의’의 시행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유전자조작식품 안정성(1998년)과 생명복제기술의 윤리(1999년)를 주제로 한 시민합의회의가 국내에서 열린 적 있다.

■진보와 반과학, 논쟁에 서다.

“사회학적 논의에 기반한 그의 과학기술론은 흔히 오해되듯 반과학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민주적인 통제와 재구성, 즉 대안과학 내지 과학의 민주화라 부르는 것이 옳다.”(이영희 교수의 저서「과학기술의 사회학」에 대한 김환석 교수의 서평 중에서)

과학기술사회학은 과학기술 민주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학문으로 평가된다.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과학자모임’에서 펴낸 ‘진보의 패러독스-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위하여’라는 책만 봐도 과학기술사회학의 진보적 경향을 뚜렷히 알 수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과학기술사회학 역시 종종 반과학적 학문이란 오해를 사기도 한다. 특히 보수 과학자들의 과학기술사회학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영희 교수에 대한 김환석 교수의 변론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기술사회학은 과학기술을 부인하고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과학기술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 과학기술사회학의 근본 취지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과학기술사회학을 주목하는 이유이며 또 과학기술사회학에서 과학기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이유다.

<특별취재팀 = 송찬영 차장, 윤지은·김은영·정성민·이현준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6 오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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