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기고]사립대 평가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정병수 연세대 재단사무처장(공인회계사)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평가를 피해갈 수는 없다.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생기고 사회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평가가 필요하고 유익하다 할 것이다. 더구나 그 평가가 공정하고 공익성이 있는 경우에는 여러 사람에게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조직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평가는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 대학이나 병원 등 비영리기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런 취지에서 사립대학의 예결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법률로 공개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가 진행됨에 따라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있던 많은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사립대학에 대한 관련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여러 대학 평가 기준은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각종 평가 지표가 혼선을 초래해 그 결과가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사립대의 재정평과 결과에 따른 대학별 순위가 그러하다. 이번 평가는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집계한 2003회계연도 결산을 기초로 ‘질적지표(30%)’와 ‘재무지표(70%)’로 나누어 평가를 한 뒤 이를 종합하여 ‘결산경영분석’이라는 이름으로 평가순위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무지표의 선정 내용을 보면 예산제도를 사용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재무특성 보다는 유동성비율이니 안정성비율이니 하여 기업 재무 분석에서 사용하는 지표들을 거의 그대로 원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회계는 근본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회계와 다르다. 기업회계는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의 계산이 중요하고, 당기순이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가 등 발생주의(發生主義)에 따른 회계처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사립대학은 정부회계와 마찬가지로 감가상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역사가 오랜 대학과 최근 신설된 대학의 경우 같은 면적의 건물이라도 장부에 계상된 가액에는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자산의 재평가도 이루어지지 않고 감가상각도 하지 않는 사립대학의 회계를 기업회계의 틀로 재무분석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사학진흥재단의 평가자료는 과거 몇 년간의 결산을 근거로 자체목적으로 연구를 진행중에 있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안에 불과한 평가 자료이다.

이제 부터라도 사립대학 재정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립대학회계 실정에 맞고 사학관계자들이 수긍이 가는 분석의 틀이 먼저 개발되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일단 언론에 공개부터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선무당이 사람 죽이는 꼴과 같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과 같이 법률로 예산제도를 따라야하는 비영리조직의 회계는 당기순이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오히려 수익에서 비용과 자본지출(자산지출)을 차감한 ‘당기운영차액’이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사립대학회계를 기업회계의 시각으로 비교하여 당기순이익이 얼마나 되었는지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여러 관계자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 같다.

사례로 이번에 언론에 공개된 순이익 자료도 사립대학의 등록금 재단전입금 외부기부금 국고보조금 등 경상수입의 합계에서 인건비 관리운영비 등의 경상지출의 합계액만을 차감한 것을 당기순이익으로 이름으로 임의로 집계하여 발표하였다.

건물신축이나 기자재의 구입과 같은 자산지출도 누락되었고 차입금 상환 등 부채상환자금은 물론이고 경상수입 중에 포함된 장학기금을 적립하는 금액도 제외하여 당기순이익이라고 하여 발표하였다.

취업률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이다. 대학 내부에서 조차도 이를 정확히 집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이를 총괄하는 교육인적자원부도 각 대학에서 제출하는 자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조금이라도 이 수치를 높이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취업의 질이나 내용은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취업률만 높게 보이려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방향성이 옳고 투명성을 높인다 하더라도 “사립대학애 대한 어떠한 평가든 도움이 될 수 있고, 공개는 무조건 좋다”는 사고방식을 재고해야 하며, 평가 자료를 입수한 국회의원 등 정보 입수자도 그 자료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자료의 공개 이전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등 평가 결과의 접근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특히 국립대학의 예결산은 아직 공개도 되지 않은데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24 오전 9:14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