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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의 어원산책] 엿 먹어라
상대방을 모욕적으로 이르는 상스러운 말 중에 ‘엿 먹어라’가 있다.

본래 엿은 예부터 내려오는 기호식품의 하나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라면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 어머니가 가마솥에 엿기름을 가득 부어 놓고 엿을 만들던 기억, 엿장수가 마을 골목길을 누비면서 헌 고무신이나 찌그러진 양은냄비 등 고물과 바꾸어주던 기억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친숙한 엿이라는 단어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엿 먹어라’가 그 중의 하나인데 이 말이 만들어진 내력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남사당패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박일환: 우리말 유래사전 p.143> ‘엿’은 남사당패의 은어로 여성의 성기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욕설 중에 성기 및 성행위와 관련된 말이 많듯이 이 말도 남사당패의 은어로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말로 ‘엿 먹어라’가 쓰이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1960년대 실시된 경기중학교 입시에서 생긴 말이다. 즉 1964년 12월 7일 서울 경기중학교 입시에서 공동출제 선다형 문제 가운데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항이 있었다. 당시에 정답으로 채점된 것은 ‘디아스타제’였지만, 보기 중 하나였던 ‘무즙’도 답이 된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무즙’을 답이라 표기한 학생들의 부모들은 이 문제를 법원에 제소했고, 어머니들은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무로 엿을 만들어 대입과 관련된 당시 문교부, 교육청 등 모든 기관에 찾아가 무로 만든 엿을 들이 밀었다.

무로 만든 엿을 먹어보라고 하면서 솥 채 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육기관 앞에서 “엿 먹어! 이것이 바로 무로 쑨 엿이여! 이 엿 한번 먹어봐라! 엿 먹어라”라고 외쳐댔다.

결국 당시 서울시교육감이었던 김 모씨, 문교부차관 한 모씨 등이 사표를 내고 6개월 정도가 지난 뒤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해줘 38명의 학생을 정원에 관계없이 경기중학교에 입학시켰다. 이때부터 ‘엿 먹어라’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우리의 기호식품인 엿이 상대방을 골탕 먹인다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확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9-16 오후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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