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A 사립대 ㄱ교수는 지난 2005년 8월 기획처장직 임기를 마친 뒤 대학측의 연임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대학에서 보직을 맡으면서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학교 행정업무를 하느라, 강의실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학회에서도 점점 멀어졌다며 앞으로는 절대로 보직을 맡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ㄱ교수는 “행정 전문화 차원에서도 강의와 연구에 전념해야 할 교수가 단기간 보직을 맡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역 B 사립대 ㄴ교수도 “(예전에는) 보직을 맡으면 출세했다고 했는데, 봉사하는 것이다”며 “선생이 아닌 관리자로서 큰 소리도 치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인데, 교수로서의 순수성을 잃는다는 생각도 했다"고 당분간 보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직을 꼭 교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전기금 유치와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을 갖춘 기업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 교직원 사회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요즘 젊고 유능한 사람 많지만 연세 드신 분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보직을 맡기 위해 로비를 했던 과거 대학가 풍속이 바뀌고 있다. 최근 각 대학들이 앞 다퉈 교수업적평가를 강화함에 따른 이유도 크다. 보직을 맡으면서 교육과 연구에 공백이 생겨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머지않아 대학이 기업 등 외부에서 처장급 인사를 불러오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보직을 맡는 교수들에게 봉사 성과를 인정해 주고, 대학마다 자체 규정을 만들어 연구와 교육 평가에도 일정 부분 혜택을 주고 있으나, 보직교수에 대한 인센티브는 대다수 평교수들에게는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특혜시비를 불러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주성대 교수업적평가서가 유출되면서 평가 대상교수 상위 10%의 평균점수를 보직교수에게 부여한 것이 알려져 보직교수 특혜시비가 일기도 했다. 대학측은 보직교수의 업무 기여도에 따른 대학측의 배려 규정이라고 해명하고있으나, 평교수들은 이에 대해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 백정하 박사는 “학교마다 보직교수들에게 교육과 연구 평가에서 손해보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며 “기관 입장에서 우수 교수에게 보직을 맡기려면 어쩔 수 없으나 한 개인에게 특혜를 주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사례를 보면 보직트랙과, 연구·교육트랙을 달리하는 경우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교수들이 어느 시점에서 보직을 할 것이냐, 교육과 연구를 할 것이냐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사립대학교노동조합연맹 유제욱 위원장은 “과거에는 보직교수가 업무상 여유가 많았으나, 최근 보직교수들의 업무가 늘어나면서 보직을 회피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그러나 아직도 보직을 맡으려는 정치지향적인 교수가 많다. 봉사 업적은 물론 연구와 교육업적 평가시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연금 급수도 올라가는 혜택에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