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은 9일 오전에 있은 전체 교수회의에서 재신임 투표의 배경을 "진상조사위원회가 공정하게 조사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학내 불안정 상황이 커졌다"고만 밝혔다.
조사위의 보고서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총장의 재신임 투표 발표는 재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교수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판가름하지 못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재단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오늘 이 총장의 결정은 재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오후에 열릴 재단 이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전제로 이 총장 유임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 고려중앙학원 이사도 "재단이 학문적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필상 총장이 재단 이사회의 결정에 앞서, 유임 결정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신임 투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법과대 교수는 "이필상 총장이 이사회에 앞서 교수들의 신임을 물어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를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이사회의 입김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더 중시돼 왔다. 특히 총장 문제에 관해서는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의견이 비교적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지난 15대 총장 선거 당시에도 재단이 교수협의회 투표에서 1위로 올라온 이필상 교수가 아닌 김정배 당시 현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가 구성원 반발을 산 바 있다. 결국 김정배 총장은 연임을 포기했고, 총추위 투표 등을 거쳐 어윤대 총장이 15대 총장으로 등극했다.
또 원론적인 차원에서 4년 동안 학교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교수들의 신임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노형 교무처장은 8일 "이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신임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