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같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기상천외한 한 인물의 일대기를 좇는 일도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기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정체성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녹록치 않은 질문도 담고 있다. ‘모나리자’를 모사한 위조화가의 변(辯) 속에 드러나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대한 의문이 그것. 작품 속 위조화가 쇼드롱은 “인간도 예술도 영원한 것은 없다”며 “영원히 연장하기 위해서는 모방에 모방을 거듭해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는 플라톤과 푸코의 철학적 성찰에까지 맞닿는다. 예술을 ‘이데아의 2중 모사’로 규정했던 플라톤의 고전적 논리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 것은 주지의 사실. 푸코는 이에서 더 나아가 ‘상사’와 ‘유사’ 개념을 들고 나온다. ‘유사’는 진실과 그것을 모방한 것의 위계관계를 설정하지만, ‘상사’는 서로 닮는 것일 뿐, 근원적 진실은 사실 없다는 설명.
브람스의 미발표 곡이라 주장하며 곡을 위조, 명성을 날렸던 한 젊은 예술가의 실제 사건도 이 작품의 소재에 오버랩된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예술사회학의 주제를 다룬 하나의 교양소설이라 할 만하다. 예술은 무엇인가? 모방이 아닌 창조만이 위대한가? 작품 뒤에 철저히 숨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조가 오히려 더 작품에 충실한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에 답을 내놓는 일은 난망하지만, 책을 덮고난 후 독자의 예술관의 폭과 깊이는 오히려 더 넓고 깊어져 있을 것이다.
428면, 랜덤하우스코리아, 가격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