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문화비평집 ‘루트와 코드’를 통해 자신의 잡스러운 취향을 드러낸 바 있는 강정 씨는 이 책으로 “더없이 복잡하고 화를 돋우는 일 투성이”인 세상에 대해 “결 고운 아름다움에 침잠해 있는” 시를 거부한다. 어떤 종류의 장르든, 어떤 종류의 글쓰기든 입맛 가리지 않고 잡식하는 강 씨의 취향은 나쁘다기보다는 현실적이라 해야 마땅하다.
가수 전인권, 일본 영화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 유명한 제3세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까지, 분방하고 종잡을 수 없는 저자의 취향은 그만큼 다양한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저자의 ‘나쁜 취향’은 역설적으로, 나쁘지 않다. 그 깨달음을 진작에 얻었는지 강 씨는 머리말에 “소리 소문 없는, 무심한 호흡법과도 같다”고 글쓰기를 정의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문화 속에 자신만의 취향을 세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352면, 랜덤하우스코리아, 가격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