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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로만 대학위기 해결 못해”
정운찬 서울대 총장, “기초를 넓게 가르쳐야”
교육부 특강, 참여정부 교육정책 에둘러 비판
“대학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논리가 비약돼 금방 눈에 보이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곳으로만 봐서는 중장기적으로 곤란하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바빠 산학연 연계를 강조하는데, 대학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으면 산학협동이 발전하기 힘들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지난 16일 교육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 총장은 “대학교육의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며 기업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으나 응용보다는 기초를, 좁게 보다는 넓게 가르쳐야 제대로 된 인재를 배출해 낼 수 있다”며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교육이 기능위주로 변화하면서 때로는 막스 베버가 말한 ‘비지성적 전문가’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며 "대학을 행정기관이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총장은 “대학은 직접적 효용성에서 한걸음 물러서 진리 그 자체, 연구 그 자체의 의의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경제와 한국대학의 공통점은 과도팽창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생산해내지 못한 것”이라며 “경제는 투명성 제고와 구조조정이 이뤄진 반면, 대학은 아직 투명성도 높지 않고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가 힘을 갖게 되면서 연구나 교육도 무한경쟁시스템 속에서 발전할 거라는 가정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정 총장은 “지속적인 경쟁구조와 관료적인 평가논리가 연구역량 강화를 가져올 거라는 단순 논리와, 특정제도의 도입이 곧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제도만능주의적 사고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인프라와 행정 지원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자만 다그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서울대 SCI 게재 순위가 크게 오른 것은 BK 21 지원 덕분”이라면서도 “정부가 연구를 독려하려면 조건없이 지원해야 하며, 대학도 연구비가 탐나 지키지 못할 구조조정을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구조개혁 실적을 재정지원과 연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정 총장은 “대학이 자율성과 독창성을 가진 교육과 연구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대학개혁의 근간”이라며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진표 부총리가 정부 R&D 예산을 대학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정 총장은 “미국은 60~70년대 국가 R&D 예산의 70%를 대학에 투자했고 일본도 수조원을 썼다”며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라며 크게 반겼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5-03-19 오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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