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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권위' 질렸다…웹 저널 시대 개막
저명 학술지들의 권위적인 심사 및 선정방식에 좌절감을 느낀 학자들 사이에 일단 논문을 인터넷에 발표한 뒤 다른 학자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웹 저널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소수의 학자들이 밀실 심사를 통해 게재 논문을 선정하는 기존 학술지들과 달리 웹 저널들은 동료비평을 거의 거치지 않은 논문들을 일단 발표해 인터넷 토론의 장을 여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공공과학도서관(PLoS)은 과학 및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공개적인 동료 비평 대상 논문들을 공개하는 'PLoS ONE(플러스원)'을 오는 11월 개설할 계획이다.

이 웹저널은 PLoS가 발행하는 다른 학술지들처럼 논문 저자들에게 게재 비용을 받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무료로 논문들을 공개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논문 초고에 대한 엄격한 동료 비평이 생략되고 형식적인 요건 심사만 거치게 된다는 점이다.

플러스원의 크리스 서리지 편집장은 "우리 웹저널을 통해 발표되는 수많은 논문들 가운데는 수준 미달의 것도 있고 노벨상 감도 있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올해 개설된 또 하나의 개방형 웹저널인 '필리카(Philica)'는 플러스원보다 더 급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필리카에 논문을 싣고자 하는 학자들은 동료비평도 거치지 않고 게재비도 내지 않으며 익명의 논평도 허용된다. 다만 사이트 운영자에 의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논평에는 물음표가 달리게 된다.

아직 시험 단계인 필리카는 지금까지 35편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 3분의1은 아직 비평도 얻지 못해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필리카의 공동 개설자인 영국 바스 대학 심리학 교수 이언 워커는 무차별 비평에 노출되는 이런 시스템에는 가짜 연구가 발 붙일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웹저널의 문제는 경쟁 관계에 있는 학자들의 악의적인 비평에 무차별로 노출되거나 반대로 형식적인 촌평이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웹 저널의 확산 배경에는 기존 학술지들의 권위적인 게재 논문 선정 방식과 학계에서 이런 학술지 논문 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불만이 작용하고 있는데 최근 이런 추세에는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수학 부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를 거부해 화제를 모은 러시아인 그리고리 페렐만은 수상 대상 연구인 '푸앵카레의 추측' 해법을 기존 학술지에 싣지 않고 지난 2002년 arXiv라는 웹저널에 발표했다.

이런 개방형 논문 발표 방식은 지난 몇 년간의 시도에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영국의 '네이처' 같은 저명 학술지들도 이런 실험에 대해 상당히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네이처지는 최근 동료비평 대상으로 선정된 논문들을 온라인 심사대에도 내놓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했다. 편집자들은 양쪽의 반응을 모두 평가해 네이처지 게재 논문을 결정하고 탈락한 논문들은 다른 곳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네이처가 발행하는 신경과학 및 유전학에 관한 2개 학술지도 이미 게재된 논문들에 대해 동료 학자들의 기탄없는 논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입력 : 06-10-02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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