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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 힘 떨어졌나?
통·폐합 지지부진에 지방 사립대도 안 움직여
“인센티브 적고 아직은 위기의식 못 느낀다”
“작년에 너무 많이 해버렸나…?” 대학구조개혁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 의욕과는 달리 국립대 통·폐합이 지지부진하다. 지방의 대규모 사립대도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다. 설상가상, 내년 신규사업비가 정부 예산(안)에서 삭감되는 등 부처간 손발도 안 맞다. 올 들어 눈에 띄게 ‘실적’이 줄면서 구조개혁 사업도 이제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립대 통·폐합 제자리걸음

지난 8월초 통합논의를 다시 시작한 경상대와 창원대는 최근 한 달 만에 통합 논의를 중단했다.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04년 4월 통합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두 대학은 본부 위치 등에 대한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해 지난해 6월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올 8월초 본부를 창원(창원대)에 두고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할 경우 진주(경상대)에 둔다는 등의 기초합의문을 바탕으로 구성원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본부를 창원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진주 지역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전북대와 군산대 간 통합도 쏙 들어갔다.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이희연 교수가 지난 5월 군산대 총장으로 취임하고, 전북대 총장선거에서도 통합 의사를 밝힌 김오환 교수가 최다 득표를 하면서 기대를 받았지만 청와대 인사검증에 걸려 낙마했기 때문이다.

박태섭 군산대 기획처장은 “전북대에 새 총장이 취임하는 12월 이후에야 통합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익산대학과의 통합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답보상태”라며 “컴컴한 방에서 새까만 공을 찾는 것처럼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교육대학 통·폐합의 한 모델로 생각했던 제주대-제주교대 통합도 이렇다할 활로를 찾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제주교대 관계자는 “통합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묻기 위해 조만간 자료수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지역 대학가에서는 이미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남대-공주대, 충남대-충북대 통합 논의도 사실상 중단되는 등 올해 들어 통·폐합 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국립대 가운데는 유일하게 강릉대-원주대학이 통합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일부 학과 교수들 반발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두 대학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사립대 통·폐합도 지난해 하려다 보류했던 경원대(경원전문대)만 통·폐합 심사를 받고 있을 뿐이다.

◆지방대 요지부동이 구조개혁 ‘실적’ 저하로 이어져

구조개혁 선도대학지원사업도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실적’이 변변찮다. 지난해에는 경희대, 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7개 대규모 사립대가 가세하면서 성과를 올렸지만 올해는 동국대, 중앙대 두 곳 정도만 눈에 띈다. 경북대는 노동일 총장으로 바뀌면서 구성원 반발로 신청서를 철회해 교육당국의 힘을 빼놓았다.

구조개혁사업에 ‘새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 대규모 사립대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대구가톨릭대가 올해 선도대학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내부 구성원 반발과 전임교원확보율 미비로 사실상 심사에서 탈락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신현석 고려대 교수는 “조직이나 학생 수 감축과 관련돼 있어 대학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다. 또 지방이라도 광역시에 있는 사립대는 당장은 정원을 채우는데다 정원 감축만큼 등록금 손실이 누적되기 때문에 쉽게 못 나선다”라고 말했다.

서대석 영남대 기획처장은 “전임교원확보율 65%를 맞추기 위해서는 200억원 정도 투자해야 한다. 외부 발전기금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사립대와 달리 지방 사립대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승용 조선대 기획조정실장도 “10% 줄여서는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고,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교육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데다 통합자금이 지난해보다 확 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인센티브가 적고, 아직은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안 움직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처간에도 엇박자 행보

부처간 손발도 안 맞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권역이 달라도 사립대 통·폐합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건설교통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들어 난색을 표하자 지난 8월에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도 홀대를 받았다. 대학구조개혁 신규사업비 100억원이 삭감됐다. “통·폐합 대학 신청이 들어오면 추가로 예산을 배정하겠다”고는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이 참여정부 교육개혁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힘 빠지는 소리이다.

한 지방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부 내 부서 간 엇박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부서 내 정책일관성과 통일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한쪽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의해) 경쟁력 있는 대학에 몰아주자고 하면서도 또 다른 사업을 보면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한정이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더 나아가 “이미 지난해 한차례 태풍이 지나가면서 프리미엄이나 정책 유인책이 별로 없어졌다. 내년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물 건너갈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구조개혁·특성화 함께 나아가야”

장기적으로 볼 때 구조개혁과 특성화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데에는 대부분 대학 관계자들이 공감한다. 학생 수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금처럼 낮은 출산율에 비춰볼 때 2006년 현재 60여만명 수준인 고교졸업자 수는 2009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을 웃도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몇 년간 나타나지만 2016년부터 다시 감소추세로 돌아선다. 2020년에는 46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서대석 영남대 기획처장은 “15년 후에는 학생 수가 격감하기 때문에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구조개혁이나 특성화나 밑바탕에는 대학 경쟁력 강화가 깔려 있다고 보고, TF팀을 구성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승용 조선대 기획조정실장도 “정원을 못 채우는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해 125명을 줄이는 등 나름대로 준비는 해 나가고 있다. 구조개혁을 통한 특성화라는 큰 틀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인기가 있든 없든 꼭 필요한 인문·기초과학은 국립대가 맡고 사립대는 산업에 필요한 응용분야로 유도해야 하는데 지금은 국·사립이 붕어빵처럼 똑같다”며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현석 고려대 교수는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따라오도록 하는 것밖에 없다. 대학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단순히 사이즈를 줄인다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개혁이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특성화에 필요한 한 요소로 강조하면서 구조개혁과 특성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기획처 김영덕 사무관도 “기존 조직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5%가 성적 낸다고 대학 전체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지겠느냐”며 “전체가 동반 상승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조개혁을 해나가면서 특성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정이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교육부가 단기적 치료에 집중할 게 아니라 대학 위기의 근본 원인이 정말 학생 수 감소에 있는 것인지 원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10-17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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