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계급제도는 조선시대에도 있었고, 중국에도 있었고, 로마시대에도 있었다. 인도는 지금도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신분상 계급이 평생을 따라다녀 결혼도 같은 신분끼리만 하고 있다. 힌두교의 영향으로 현실은 천민이어도 나중에 높은 신분으로 또는 부귀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소원하며 현세의 이런 저런 불만을 참으며 살아간다.
비영리법인의 예산 집행도 이와 같은 엄격한 신분 제약을 받고 있다.
우선 이사장과 총장은 예산을 초과 지출할 수 없다. 예산을 목적 외에 사용할 수도 없다. 당초 예산이 정한 목적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지출하도록 허용한다면 예산을 수립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예산항목 중 관리운영비라는 관(款)이 있다. 코드번호는 4200. 4200코드 속에는 3가지의 항(項)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항(項)속에는 10여개 내외의 목(目)이 있다. 예산 비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관리운영비는 이사회에서 승인한 예산 한도 내에서 집행해야 한다. 이를 초과할 경우 예산제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영리법인을 감사(監査)한다면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이 예산의 초과 집행 여부를 보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예산은 또한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리운영비 관(款)에는 운영비란 항(項)이 있다. 그 항(項) 속에는 복리후생비란 목(目,코드번호;4231)도 있고, 교육훈련비란 목(目,코드번호;4232)도 포함돼있다. 특례규칙에 의하면 복리후생비는 “교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지출하는 현물 식사대와 피복, 개인장구 등 제반 복리후생비를 말한다. 다만 급여 시 지급하는 식사수당은 제외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훈련비는 “교직원의 교육훈련에 지출하는 비용”으로 정의돼 있다. 복리후생비 예산이 여유 있다 해서 급여 시 지급되는 식사수당을 복리후생비로 집행한다든가 교육훈련비 예산이 남는다고 해서 인건비를 교육비로 집행해서는 예산이 원래의 목적대로 집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산사용에 융통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예산 체계는 족보처럼 항렬이 체계화되어 있다. 아버지 항렬자(行列字)가 관(款)이고, 자신을 비롯한 형제의 항렬자가 항(項)이고, 아들의 항렬자가 목(目)이다. 아버지의 관(款)과 작은 아버지의 관(款)은 엄격히 구분되고, 상호 예산 전용이 안 된다. 하지만 관(款)내의 항(項)간 또는 목(目)간 예산의 과부족이 있는 경우에는 상호 전용(轉用)할 수 있다.
즉 아버지 관(款) 내에 있는 형제들 격인 항(項)간 예산은 형제들 끼리 상호 빌려주고 받아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관리운영비 속에 있는 일반관리비(4220) 중 ‘여비교육비’예산은 남고 운영비(4230) 중 ‘회의비’예산이 모자랄 때는 전용할 수 있으나, 관리운영비(4200) 예산이 모자란다고 해서, 인건비(4100)와 같은 다른 관(款)의 예산을 가져 쓸 수는 없다는 풀이다.
그러나 예산총칙에서 전용을 제한한 과목이 있는 경우나 예산의 성립과정에서 승인되지 아니하여 삭감된 과목으로 전용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관리운영비(4200) 내의 일반관리비(4210)와 운영비(4230)항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했거나, 항(項)간 전용을 제한한다는 조건부로 예산을 승인했다면 전용할 수 없다.
불가피한 이유로 예산 항목 간 전용이 있는 경우, 이 같은 사실을 곧바로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 만큼 비영리법인의 예산 관리는 신중하다.
못 오를 나무는 처음부터 쳐다보지 않는 것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