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시대 예수ㆍ민중ㆍ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민중'이라는 용어를 신학 해석의 핵심 틀로 사용하며 영적 구원 보다 정치적 구원이 신학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안 박사의 민중신학을 조명하는 논문들이 발표된다.
첫 발표자로 나서는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미리 배포한 '지구화시대의 예수'라는 논문을 통해 "콜럼버스 이래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언어와 의복 뿐 아니라 가치관과 관습까지 서구의 것을 강요받아왔다"면서 "오늘날 세계화도 민중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순전히 영적 혹은 내적 자유가 아니며 삶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자유"라고 설명하고 "삶의 전반적 해방을 목표로 하는 자유는 저항과 복종(고백)을 두 축으로 하며 돌고 전개된다"고 주장했다.
폴커 퀴스터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는 논문 '예수와 민중을 다시 생각해 보기 : 안병무가 남긴 것'을 통해 "안 박사는 20세기 한국 신학계를 주도한 사상가였으며 서구 문명 특히 독일 신학계의 전통과 한국 기독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그는 "안 박사는 마가복음 연구를 통해 독일 신학계에서 간과한 민중(오클로스)을 중심에 세우고 민중에 대한 예수의 무조건적 사랑을 강조했던 사람"이라며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게 신학하는 길을 걸어간 자세야말로 안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으로 꼽았다.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 목사도 '지구화시대의 민중과 평화'라는 글에서 "민중신학이 출범하던 당시 한국 상황은 기본권이 유린되고, 특히 민중의 가장 기초적 생존권마저 짓밟히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민중신학은 사회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다만 "민중신학이 민중의 문제를 신학화하던 당대의 상황이 더 이상 거대한 실체로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환경 정의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성공회 사제인 가야마 히로토 신부도 "민중신학의 본질적 요소는 '탈서구신학'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는 선교, 전도라는 이름으로 패권주의적 팽창주의를 실천해왔고 지금 세계 각지에서는 친미적 민족국가주의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상황신학을 대표하는 민중신학을 바르게 탈신학화해 탈식민주의 신학의 도구로 날카롭게 갈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박사 추모 예배모임이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묘소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