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이달초 전국 4백개 대학(전문대학 포함)에 공문을 보내 20일까지 국가연구개발과 학술연구지원사업, BK21·누리사업, 교내·외 장학금 및 인건비 등 대학(원)생에게 지급되는 모든 재정지원 정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정부 지원 연구비의 부당 집행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국무총리훈령으로 제정된 ‘대학원생 등에 대한 재정지원정보 관리규정안(이하 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 올 1월부터 8월까지 대학원(생)과 박사후과정, 계약교수, 연구교수 등에게 지급된 재정지원 현황을 학술진흥재단 홈페이지에 탑재하도록 했다.
◆근로장학생 정보까지 내라? = 대학 관계자들은 “국가 재정지원 사업이 아닌 교내 장학금까지 제출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며 “장학금 수혜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A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국가 R&D와 BK21 등 대학 재정지원 사업 기관의 자료를 활용하면 90% 이상은 확보가 가능한 것”이라며 “전체 대학에 모든 자료를 내라는 것은 중복성 자료요구”라고 주장했다.
B대학 장학 담당자도 “대학 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민간장학금과 근로장학생까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근로장학생의 경우 대학마다 규정이 다르고, 해당 부서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료 취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역 32개대 장학 담당자들의 모임인 ‘서울지역 장학담당 계장협의회’는 지난주 교육부에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 현장을 알고서 정책을 추진한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자료 제출과 관련, 교육부는 사전 설명회 없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10개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는데, 이때 지적된 문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 재정지원 정보는 앞으로 3개월마다 바뀐 내역을 보고해야 하며, 자료 제출 여부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평가때 반영된다.
◆“연구비 투명 집행 위해 필요”= 교육당국은 “연구비 유용 시비를 없애고, 투명한 집행·관리를 위해서는 재정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대학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재정지원 기관에 제출된 자료는 기본적인 통계에 그치고 있고, 현 대학 시스템에서는 타 대학에서 인건비를 지원받았을 경우 파악이 안되는 등 자체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서는 이중지원을 파악하고, 부당집행 신고가 들어왔을때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주민등록번호 기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리규정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재정지원정보 관리전산시스템’을 구축해 행정기관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제공하고, 대학원생 본인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을 맡은 학진 측은 철저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자료 열람이 가능하도록 보안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뒤늦게 현장 목소리 청취 = 대학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교육부는 당초 20일로 고지된 마감을 이달 말까지로 늦추고, 뒤늦게 대학들의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업무가 몰린 학기 초라서 대학들이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어 업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학진과 협의해 시스템 구축시 보완점을 검토하고, 대학 장학 담당자들과도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관리규정 제정이후 첫 조사다보니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이참에 시스템이 구축되면 정부기관별로 중복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 재정지원 장학금으로 한정해 달라는 대학들의 건의에 대해서는 “민간 및 대학 자체 장학금 규모가 파악돼야 국가 장학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진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학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 개인정보 공개수준과 자료 열람 범위 등을 결정, 내년 2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20일 현재 자료를 탑재한 대학은 120여개 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