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등에서 논문을 발표하기 전 연구 성과에 대한 특허 출원을 먼저 해 국내우선권제도를 적극 활용하라.
한국대학신문(발행인 홍남석)과 국가정보원(원장 김승규·이하 국정원)이 24일 한양대에서 첫 개최한 ‘대학 연구기밀 보호 세미나’에서 대학의 연구 기밀 보호 실태와 대책이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23.5%, 전체 연구자의 52.9%가 대학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대학을 포함한 연구센터의 보안 관리 체제는 허술해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학은 우선 비밀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비밀 관리 습관이 대학 내에 정착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재 일본 대학들이 내부적으로 운영 중인 ‘비밀관리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들은 연구 성과를 비밀 관리가 필요한 것과 아닌 것으로 분류, 통합 관리하고 있다. 산학협력 시에도 계약서에 비밀관리 조항을 두고 경중에 따라 분류, 관리한다.
대학 소유의 연구 노하우와 성과물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자체 지식재산관리 정책을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각종 연구 성과물들은 지식재산관리 정책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기밀보호센터는 또 핵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연구기밀 보안유지 의무와 이를 위반할 경우 제배방안을 포함한 보안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핵심연구노트는 매면당 일련번호를 부여해 철저히 보관·관리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 출원이 가능한 성과물은 연구결과를 얻은 이후 최단 시일 내에 출원해야 하며 그 전까지는 철저히 연구대외비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연구원과 유치과학자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일부 연구실에서 외국인 연구원의 연구 기밀 접근을 제어하지 않아 해당 외국인 연구원이 온라인에 별도 사이트를 구축해 정보를 유출하는 등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외국인 연구원 등은 연구 협력자이지만 핵심연구기밀 등의 접근에는 제한을 두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 연구원 등은 고용·유치 전후, 계약기간 종료 전후 등 단계별 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고용·유치 전에는 철저한 사전 신원확인을, 고용·유치시에 는 연구성과물 소유권 및 보안준수 의무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계약기간 중에는 관리담당자 임명을 검토하고 연구 활동 과정 중 특이언동과 동향을 파악할 것을 권유했다. 계약 만료시에는 연구노트와 성과물 등 각종 자료를 회수하고 연구소 전산망 또는 개인 컴퓨터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삭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술 세미나와 연구 관련 출장 등은 연구 기밀 보호와 관련 가장 취약한 부분인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교수와 연구원들의 출장, 세미나에서 연구 기밀 유출이 가장 빈번하다”며 “특히 세미나에서 무의식적으로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기밀 유출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해외 출장 세미나 발표시 발표 내용과 범위에 대해 사전 감토하고 노트북·휴대옹 저장장치 등 분실·탈취에 대비해 발표자료를 패스워드 설정하고 노트북에 특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등 대비해야 한다.
또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특허를 출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앞서 특허를 출원해 우선권을 확보해야 연구 성과가 유출되더라도 지적재선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일부 실험 데이터를 통해 특허를 우선 출원 해 놓고 1년 이내에 보완, 수정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보안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구성원들의 보안 의식”이라며 “자발적 보안참여 의지와 보안 준수 약속의 실천 등 보안의 습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정부 차원에서도 대학 등 연구기관의 기밀 보호를 위해 과학기술부 주도로 ‘국가연구개발사업 공통보안관리 지침’을 올해 중 제정하기 위해 준비하는 등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유신 한양대 의생명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나면 발표 자료를 나눠주는 건 연구자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그동안 연구실적, 결과물로만 여겼던 연구 데이터가 국가적 재산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대학 중심의 국가연구개발(R&D)과 기술이전 등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는 등 교수 등 대학 구성원의 연구 기밀 보안 체계 마련이 중요해짐에 따라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한양대 교수, 대학원생 등 연구원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를 주최한 서수용 한국대학신문 뉴스앤서비스국 이사는 “우리나라 고급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 유출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한국대학신문과 국정원은 앞으로도 전국의 주요 연구중심 대학을 순회하며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도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하던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활동사항을 알리고 산업기밀보호센터 등을 통해 대학과 적극 협력하는 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