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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국외대 파업]①파업 현장을 가다
파업 131일째..학생들이 교내 행정 담당
2006년 8월 8일, 한낮 최고 34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날 한국외대 본관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대학 본관은 각 실의 냉·난방을 중앙에서 제어하는 중앙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기계를 관리할 직원들이 모두 파업 중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총파업 125일째 되던 지난 8일 한국외대를 찾았다. 한국외대 직원 349명(별도 조직인 후생과, 연수원 포함) 중 230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284명) 대비 파업 참가율은 81%. 이들은 4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전주 '휴가투쟁'에 이어 이른바 '재택투쟁' 중이다. 지도부를 제외한 직원들은 집에서 집행부의 소집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날인 9일에는 교육차 전 조합원 출근, 10일엔 다시 대기, 11일엔 서울 거주 직원들만 출근, 시위참가 예정이다. "총장과 일부 보직교수들도 휴가를 갔기 때문에 이번주까지는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지도부의 입장이다.

파업 장기화로 발생한 행정 업무 공백을 학생들이 메우고 있었다. 총학생회(회장 엄태용·아랍어4)는 자원봉사와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선발해 도서관 등 학사 업무 보조에 나섰다. 소속 직원 27명 중 과장 1명과 업무 복귀한 주임 1명을 제외한 25명이 파업 중인 중앙도서관은 총학생회가 선발, 지원한 재학생 아르바이트생 20여명이 대출·반납 업무와 바코드 작업, 서가정리를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 1층에서 서가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욱현 군(이태리3)은 “파업 이후 도서관 4층 전자정보실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평소 공무원시험 대비 강의 등 동영상 강의를 보는 사람이 많았던 곳이지만 못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군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상황에 무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유리양(일본어2)은 “예전엔 하루면 해결되던 일이 이제는 한달씩 기다려야 된다”며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외대는 14일부터 2학기 수강신청에 들어간다. 나흘간 재학생 1만3,000여명이 수강신청을 마치도록 돼 있다. 대학 측은 “이미 준비를 완료해 수강신청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학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총학생회장 엄태용군은 “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청할 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라며 “단 1명이라도 오류가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엄 군은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노조는 빨리 파업을 끝내고 학교와 이사회는 원활한 사태 수습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구성원들간 불신과 반목도 커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으로 월급받으면서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학교는 당신들의 놀이터가 아니에요!”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용인캠퍼스에서 총학생회가 노조 사무실 집기를 빼내는 등 곳곳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 노조와 대립 양상마저 띠고 있다.

보직교수들과 노조 사이에 몸싸움과 폭언이 오가는 것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정황을 설명하는 양측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대로라면 파업이 종결되더라도 구성원간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지난달 24일 수시모집일, '노조파업이 학교측의 노조탄압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수험생 등에게 배포한 학생에 대해 학교측이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인양 배포해 학교와 교수들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했다"며 징계키로해 사태가 학교와 학생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14일)로 파업 131일째. 사태는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노사간 입장차가 여전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워보인다.

노조는 2학기 개강 전 파업을 종결짓겠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말 경에는 그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후생과 직원들(학생식당 담당)도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학교측은 “더 이상 내 줄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간 기나긴 줄다리기에 애먼 학생들만 멍들고 있다.

한국외대 노조는 2006년 단체협상 과정에서 △인사·징계위 노사 구성비 △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장급 노조가입 허용 여부 등에 대한 입장차로 지난 4월6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해왔다.

김은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08-14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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