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예 특성화’ 시험을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은 한동대다. 한동대는 1995년 ‘정직한 그리스도인 지도자 양성’을 기치로 400여명의 입학생을 받아 개교했다. 현재는 한 해 선발인원이 760여명으로 늘었지만, 수능성적 상위 8% 이상의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만은 확고하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 양성=올해로 개교 11년을 맞이한 한동대의 실험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가 삼성, LG, 포스코, IBM 등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취업하는 졸업생들이다. 학생과 관계자는 “2004년 삼성그룹에서 25명의 졸업생을 뽑아갔고, LG계열사에서는 41명을 데려갔다”며 “최근 통계인 2005년 8월 졸업자를 기준으로 보면 160여명 졸업에 삼성과 LG계열로 취업한 학생이 4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소 30%이상의 졸업생이 매년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취업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전산전자공학부의 경우 6년 동안 배출한 330여명의 졸업생 중 무려 150여명이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만큼 한동대 졸업생들의 능력과 인성을 높게 평가한 기업들의 ‘학생 끌어가기’가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김영철 총장이 95년 취임하면서 강조한 ‘영어와 컴퓨터, 한자능력 강화’가 한동대 졸업생들의 실력향상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가 많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이 전체 수업의 30%이고, 외국인 교수 비율 역시 30%다. 대부분 영·미 권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들이 영어로 강의하고 보고서도 영어로 제출받는다. 전교생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영어 학점도 다른 대학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12학점으로,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1학년생들은 학과공부 못지않게 영어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실력과 함께 도덕성 중시=한문과 컴퓨터 능력도 필수과목이다. 한문 수업은 이공대생도 예외가 없고, 인문계열 학생들도 컴퓨터 능력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엑세스 등 전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과 C-언어, 유닉스까지 배운다.
실무능력과 함께 한동대생들에게 엿보이는 강점은 높은 도덕성이다. 김영길 총장은 “속임수와 편법이 많을수록 정직함이 더 빛을 발하게 된다”며 “기독교적 가치관이 대학의 근본이념이기 때문에 인성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개교 당시부터 지켜온 무감독 시험제도는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시험 때 교수들은 칠판에 문제를 적어놓고 나가버리고, 학생들은 감독 없는 강의실에서 시험을 본다. 그럼에도 커닝 페이퍼나 책상에 적인 깨알 같은 글씨들은 찾아볼 수 없는 게 이 학교의 특징이다.
지난 4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 한 가지 낭보가 날아들었다. 2월 실시된 미국 테네시주 변호사시험에 19명의 졸업생이 응시, 11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지난해 이 대학이 5명의 미국 변호사를 배출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성공적인 로스쿨 실험=국제법률대학원은 한동대가 ‘국제문제에 대한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미국의 로스쿨을 모델로 개원했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고 졸업 후에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영길 총장은 “국제법과 협상기술에 밝은 인재를 키워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포부를 바탕으로 미국 국제변호사협회 이사장 출신 린 버자드 교수를 국제법률대학원 학장으로 영입했다. 버나드 학장은 한국으로 오면서 수만 권의 법률서적을 가지고 들어왔고, 미국의 로펌 변호사 등을 교수로 불러들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법률도서관을 갖추고, 16명의 미국 변호사를 배출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요소들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동대가 걸어온 11년의 시간이 모두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개교 초기 ‘포항시민의 대학’을 요구한 지역사회와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강조한 학교간의 마찰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마찰은 결국 설립자와 총장, 지역사회와 학교간의 갈등으로 표출됐고, ‘국제화’와 ‘기독교 대학’을 지향하는 한동대가 앞으로도 풀어가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김환생 홍보실 부처장은 “3년 전 이미 설립자와 총장 사이의 화해가 있었고, 학교도 친 지역 대학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지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 설립, 지역사회 봉사활동, 야간학부 개설, 평생교육원 운영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동대는 ‘갈대상자’라는 기부상품을 통해 전국의 그리스도인 2만여 명으로부터 20억 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설립 이념과 재정운영 면에서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독교적인 색체를 유지한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며 “지역주민들도 지금은 한동대의 특성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년간 한동대가 이룩한 성과와 사립학교로서 겪는 재정확충의 어려움을 인정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