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내 여학생회관의 철거와 동원리더십센터 신축을 놓고 일부 학생과 학교측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16일 '동원리더십센터'의 기공식을 열고 센터 신축부지에 있던 여학생회관을 철거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철거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19일까지 나흘간 1천300여명이 서명을 받은 학생들은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고 26일에는 교내 본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1958년 세워진 여학생회관은 성폭력상담소와 여학생 휴게실, 도서실 등을 갖춘 2층 건물로 48년간 '금남(禁男)의 집'으로 애용돼 왔다.
여학생회관 터에 내년 8월 완공되는 '동원리더십센터'는 지하1층, 지상3층 건물에 글로벌리더와 여성지도자 양성을 위한 공간으로 대형 리셉션 홀과 여학생전용 라운지, 사료실, 여성정보실, 파우더룸(화장을 위한 공간), 여성글로벌리더십센터 등이 들어선다.
여학생들에겐 한층 넓은 공간과 좋은 시설이 마련되지만 학생들이 이를 극구 반대하는 것은 학교측이 정작 건물을 주로 사용하게 될 학생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여학생회관을 지키는 사람들'은 "학생을 위한 공간임에도 학교측이 건물 철거와 신축 과정을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 성폭력상담소를 사람들 왕래가 많은 중앙광장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리셉션홀 같은 대외 과시용 공간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반대하는 배경에는 학교측이 내세우는 여성 인재관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서명에 참가한 한 여학생은 "학교가 여학생들의 권익향상 노력은 등안시하면서도 '예쁘게 꾸미고 좋은 데 취업하는 인재'라는 식의 여성리더를 양성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고려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이용자신분(ID) 'xkdlrjeha'씨는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새 건물의 좋은 시설에서 여학생들이 쉬는 게 더 낫다"며 건물 신축에 찬성했지만 'lifeisegg'씨는 "건물 신축 전에 최소한 기본적인 공지라도 했어야 한다. 이렇게 계속 오래된 건물을 부수면 학교에 역사라는 게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장동식 관리처장은 "되도록 더 크고 좋은 건물에서 학생들 편의를 봐줄려고 하는데 왜 (학생들이) 반대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건물 용도에 대해서는 학생들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