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의 능력을 자신도 확인하고 남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한다. 대학 입시 뿐만 아니다. 고스톱, 바둑, 골프 등 어떤 게임이라도 참가하면 거기서 힘을 다해 자기의 수월성(秀越性)을 발휘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일생 동안 일상적으로, 그리고 구비마다 작고 큰 게임을 치른다.
게임을 통하여 획득하려는 것은 승리 그 자체다. 유명대학 인기학과 가운데서도 서울대학교의 법학과나 의학(예)과에 합격하는 것이 승리감이 가장 크다. 그 까닭은 오로지 거기가 커트라인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 문제를 권력 담론으로 몰고 간다. 능력은 권력이다. 그리고 권력은 영광이다. 커트 라인이 가장 높은 유명대학 인기학과에 합격하는 것은 고등학교 학생으로서는 최고의 권력 획득이면서 동시에 그 행사다.
우리 나라의 대입 수능고사는 로마 시대의 투기와 닮은 데가 많다. 수험생들은 일단 모두 글레디에이터들이다. 한 날 한 시에 같은 문제를 놓고 전국의 수험생들이 겨룬다는 대규모성은 자연 스럽게 이 게임의 승리의 규모도 그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 전국 모든 수험생의 석차가 같은 자 위에 일시에 놓이게 된다.
학생 개인의 적성이나 가치관은 쉽사리 이 대규모 시합의 석차에 압도된다. 수능 성적이 최상위 권에 든 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최고 유명대학의 최고 인기학과에 지원하는 베팅과 합격 여부의 통지서다. 아직 자신이 확인하지도 못한 자기 개인의 적성이나 학문에 대한 가치관 때문에 덜 유명한 대학의 인기가 덜한 학과에 지원하는 것은 일생 중 최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도 그 영광은 포기하는 짓이다.
유명대학과 인기학과가 그 명성과 인기를 독점할 수 있게 된 과정에는 거기에 걸맞게 학교와 교수와 선배들이 만든 역사, 노력, 실력, 장래가 필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커트 라인을 자랑하게 된 것이리라. 그 독점을 깨는 것은 다른 대학, 다른 학과들의 도전과 그 성공에 달렸다. 그리고 이런 도전과 성공에 의해서만 그 독점은 깨져야 한다.
여기에는 대학 졸업자의 능력에 대한 최종 수요자인 사회의 조력도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기업은 고등학생들에게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에 입학하여 어떤 교수에게 어떤 과목을 이수할 사람에게 장학금을 약속하고 그 학과를 우등으로 이수한 사람에게는 그 기업에서 우대 채용하기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명대학 인기학과의 진정한 병리학은 가장 좋은 학생은 서울대학교로만 모이고 변호사와 의사만 되기를 원한다는데 있지 않다. 그 본질은 국가가 수능고사라는 이름으로 대학 입시를 독점하고 있는 데에 있다. 국가가 대학 입시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국가는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를 사용하게 된다.
모든 수험생을 주관적 적성이나 학문에 대한 가치관에서 소외시킨 채 몇 가지 과목의 객관식 문제를 가지고 격투기식의 고사를 치르게 한다. 이 시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국의 수험생의 석차를 분명하게 순서 짓는 것이다. 유명대학 인기학과의 독점을 견고하게 지켜 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정부 독점 수능 시험이다. 대학들 사이의 도전과 경쟁, 사회의 수요에 의한 기존 유명대학 인기학과의 독점을 파괴해 보려는 노력은 정부의 수능 시험 독점이 건재하는 한 도로(徒勞)로 남을 것이다.
대학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자유에 있다. 진리의 탐구는 자유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모든 대학이 힘을 합쳐 각 대학에 의한 자유로운 입학 전형 방식부터 먼저 국가로부터 쟁취해야 한다.
강 위 석 월간 에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