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현 총장의 연임 여부에 고려대 내외부 구성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 총장은 출마를 위해 이미 후보등록에 필요한 교수 추천서를 일부 동료 교수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총장 후보등록에는 동료교수 20명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어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고려대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호평 받고 있다. 최근 더타임스 평가에서 150위로 전년대비 34계단 상승한 것을 비롯해,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맞수 연세대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발전기금 모금에서도 능력을 보여 지난 2005년 사립대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어총장은 이런 성과 덕에 총장 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구성원들 사이에서 '연임론'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어총장 연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대의 상당수 교수들이 그의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어총장 스스로 연임을 안 하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재선 불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2년 교수협의회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도 고배를 마셨던 이필상 교수(59, 경영학)의 재선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02년 교수협의회의 총장후보자 선거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재단이 김정배 총장 연임을 결정하면서 그의 총장행은 좌절됐다. 이후 재단과 교수는 총장 연임문제로 한동안 갈등을 겪었다. 결국 김정배 총장이 사퇴하며 이같은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고려대 총장선거가 교수 직선제에서 총장추천위원회 선출 방식으로 바뀌면서 어윤대 교수가 15대 총장에 오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필상 교수는 "이번 만큼은 저의 의지를 제대로 알려서 지난 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교수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겸 경영대학장을 거치면서 2년간 500억 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했다. 그는 "경영대학장을 지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총장이 된다면)고려대를 한국의 대표적 대학으로, 지식을 수출하고 미래 성장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기수교수(61, 법학)는 2002년 교수협의회 직선제 선거에서 이필상 교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기획처장과 학생처장 등을 통해 학교 행정에 대한 고른 경험을 쌓았다. 이 교수는 "1965년 고려대에 입학하면서 부터 총장 꿈을 키웠다"며 "이번이 (정년을 앞둔)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반드시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교수는 오랜 외국생활의 경험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교수는 "독일, 영국, 일본, 미국 등 총 16년 동안의 외국생활로 얻어진 국제화된 네트워크가 고려대의 국제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고려대의 정체성을 살리는 세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영어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며 "저학년 때는 학문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고학년에 올라 영어강의 듣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문의 깊이 있는 전달이 어려운' 영어강의는 3~4학년 때 가서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기수 교수는 1969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독일 큐빙겐대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84년부터 고려대 법대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87년 정교수,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하버드대 교환교수, 고려대 법과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독 법률학회장을 맡고 있다.
염재호 교수(51, 행정학)는 TV 시사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2003년 기획예산처장과 국제교육원장을 지내면서 업무처리능력도 이미 검증받았다는 평이다. 염교수는 "이번 총장은 고려대 100주년 이후 첫 총장으로 향후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21세기 한국대학의 모범적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공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세계대학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염교수는 "이공계 발전을 위해 국가 혁신기술을 창출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염교수는 인문학 위기론에 대해서도 "지금의 학생들이 20년 뒤에는 사회의 중추역할을 하게 될 텐데 장기적으로 순수학문의 바탕이 없으면 역할에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인문학 또한 전략적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1978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미국 스탠포드대 정치학박사를 거쳐 89년 고려대 강사로 복귀했다. 99년 행정학과 정교수, 2002년 16대 대선후보 합동토론 사회자, 기획예산처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국제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김호영 교수(57, 기계공학)는 김건 교수(57, 화학)와 함께 지금까지 이공대 출신 총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을 나왔다. 학생처장과 건교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김교수는 "1968년 고려대에 입학해 40년간 학교에 있으면서 애교심을 쌓아왔다"며 "대학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면에서는 이공대 출신이 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교수의 발전계획 키워드는 '융합'이다. 전공간 벽을 허물고 국가적인 요구에 맞는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교수는 "기업에 필요한 지식을 창출해 주면서 반대급부로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라며 "하드웨어는 공대 쪽이 강하고 소프트웨어는 인문사회계 쪽이 앞서니까 융합연구센터를 육성해 연구하면 좋은 결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 교수는 74년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과 미국 프린스턴대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79년 화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학생처장과 입학관리실장을 거쳐 2004년부터 이과대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건 교수는 "(총장이 된다면) 교수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에 주력해오면서 느낀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는 것. 김교수는 "연구환경이 개선돼야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나 프린스턴처럼 고려대도 'KU 펀드'를 조성해 교수연구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발전계획을 피력했다.
이만우 교수(60, 경제학)도 15대 총장선거에 이어 16대 총장에 재도전하는 인물. 197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며,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행정고시 출제위원, 삼성전자 사외이사,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중이다. 현재 아·태경제학회장, 보건복지부 연금발전위원회 재정분석위원장, 고려대 정경대학장을 맡고 있다.
이교수는 1년에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750억원 모금을 공약하고 있다. 그는 "어윤대 총장께서 4년 동안 잘 해왔지만 연임을 하면 모금 리소스가 고갈될 것"이라며 "정책대학원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원우들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고, 고려대 경제학 교수로 있으면서 기업체와 쌓은 네트워크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교육, 환경, 연구 등 각 분야별 액션플랜을 만들어 매년 국제평가기관으로 부터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문학 위기론에 대해서는 "인문학 분야 과목을 교양과목으로 확충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연계 교양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인문학 신임교수들에 대해서는 연구향상을 위한 인센티브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금, 인문학 총서 시리즈 발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구 교수(62, 역사교육학)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학인 고려대가 지금까지 서구에서 복제된 학문을 버리고 우리 학문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면서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학문을 정립해 세계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1972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과 일본 와세다 대학원을 졸업했다. 85년부터 고려대 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98년 일본사학회 회장을 맡았으며 98년부터 2000년까지 고려대 사범대학장을 거쳐 현재 한·일역사공동위원과 일본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일본사를 전공한 김 교수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한·중·일 3개 대학 협의체를 만들어 동아시아 비전을 제시한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야 말로 세계의 엔진이다. 그중 한중일 3국이 핵심에 해당한다"며 "한중일 3개국의 3개 대학이 모여 동아시아의 비전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구 교수 역시 지난번 총장 선거에 이은 두 번째 출마다. 지난 번 총장선거에서는 교수협의회 예비심사 절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1969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뮌헨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김일수 교수(60, 법학)도 지난 번 선거에 이어 다시 출마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에서 기독교사회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김교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뜻을 밝히는 것은 지성인다운 태도가 아니다"라며 "30일 후보등록 마감시점까지 발전계획서를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30일 총장후보 공모를 마감한 뒤 11월13일 교수의회 예비심사를 거쳐 부적격자를 탈락시킬 예정이다. 이틀 뒤인 15일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후보자 2명을 선출해 재단에 총장후보로 추천한다. 이사회는 어윤대 총장 임기만료 30일 전인 11월20일 차기 총장을 최종 선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