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5대왕인 출라롱콘 왕의 뜻에 따라 태국 최초로 설립돼 9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출라롱콘대학의 쿤잉 수샤다 키라난다나 총장이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고려대에서 열린 아태지역 교육국제협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본지는 90년 전통에 첫 여성총장으로 지난 2004년 취임한 키라난다나 총장을 만나 교육 가치관, 대학의 국제화, 그리고 첫 여성총장으로서의 생각을 들었다.
-한국에는 태국의 대학들이 그리 유명하지 않다. 학교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한다면.
“출라롱콘대학은 5대왕인 출라롱콘 왕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대학으로 태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출라롱콘 왕은 공·사적인 분야에서 일할 유능한 지식인을 양성할 교육기관을 만들어내고자 했으며 우리 대학은 그런 왕의 유지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미래의 지식인이 될 젊은이들을 교육해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임무다.”
-태국 대학들도 한국 대학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데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나.
“우리는 아시아학 연구 센터를 가지고 있다. 이 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한국 대학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석사과정에 한국학을 설치하게 돼 다른 대학들과의 협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의 문화나 사회에 관해 전반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또 태국에 자리 잡은 여러 한국 회사를 통해 협동 과정도 생각하고 있다. 모든 대학들이 세계화로 인해 변화를 거치고 있다. 세계화를 통해 다른 언어나 생각체계, 문화가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대학 스스로 변화해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국대학들은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 대학이 한국학에 석사과정을 설치하는 것 역시 그러한 맥락이다.”
-총장으로서 대학발전을 위해 스스로 만들었던 목표가 있다면.
“첫째는 지식을 창조하고 교육하는 우리 스스로의 공적인 사명을 지키는 것이었고 둘째는 대학 경영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특히 시스템이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대학 내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데 그 초점을 맞췄다. 또 정권 교체로 고등교육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등록금을 올릴 수는 없어 대학 내 연구 센터를 통해 수입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입은 다시 대학 교육에 투자되도록 하고 있다. 연구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라롱콘대학이 중점적으로 삼고 있는 연구분야는 무엇인가.
“태국은 다른 나라와는 지리적·사회적 환경이 너무 달라 연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는 나라다.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도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연구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IT분야의 경우 혼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내 세대와는 달리 세계에 대한 이해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학자적 입장에서 봤을 때 매우 재미있는 것이고 이런 변화들을 통해 점차 연구분야를 다양하게 넓히고자 한다. 최근에는 박사과정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나노테크놀로지(NT)처럼 응용과학분야를 중요시 여겨 신경을 쓰고 있다. 또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들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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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대학은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마케팅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 우리가 교육의 질 높이기에 주력하면 할수록 학생들도 대학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 관해서도 특별한 마케팅을 하거나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학생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행사를 열 뿐이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우리 대학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를 ‘직접’ 보도록 할 뿐이다. 우리에게 있어 학생은 학생일 뿐 ‘소비자’가 아니다. 하지만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훌륭한 외국 대학들과의 협동 프로그램을 성사하기 위한 마케팅에는 신경 쓰고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많은 동남아시아권 대학들이 외국 유학생 유치와 세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많은 외국학생들이 출라롱콘대학에 방문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별도로 관리하기 보다는 다른 일반 학생들과 생활하도록 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외국인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 만큼 잃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있어 연구적·학문적 수준을 세계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리면 학생들 스스로 오고 싶어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교육 프로그램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교수에게 이해를 구했다. 세계화를 위한 협동적 활동에는 무엇보다 교수 스스로 마음으로부터 세계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결과도 나타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직자들이나 교직원은 교수가 하고자 하는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대를 제외하면 여성총장은 드문 일이다. 태국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 대학에 있어 나는 90년 만의 첫 여성총장이다. 24개 공립대학 중에서도 나는 유일한 여성 총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변의 기대도 많다.”
-끝으로 미래의 여성총장을 꿈꾸는 한국의 여성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학문적 세계에서 여성은 남성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 비해 교수는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만 해도 32명의 학장과 처장 중 12명이 여성일 정도로 점차 여성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고 본다. 물론 학장이나 처장과는 달리 여성에게 있어 총장이 되는 것은 남성보다 어렵지만 결국 능력은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여성 총장들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