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교육부총리 전상서
박규홍 서원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김진표 교육 부총리님,

경제 관료로 관직에 입문하셔서 줄곧 경제부처에서 지내시다가 교육인적자원부로 오셔서 전공이 아닌 업무를 익히시고 일을 하시느라 노고가 참 많으십니다.

원래 교육이라는 게 그렇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어떤 이슈의 키워드에 ‘교육’이라는 단어만 들어 있으면 5천만 전 국민이 한마디씩 의견을 개진하려고 덤벼드니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로서는 참 난감하기도 하고 황당할 때도 많으시겠지요.

그런 골치 아픈 자리인데도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여태까지 대통령이 부총리 자리를 주었을 때 한번쯤은 사양한다거나 거절하는 인사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 보지 못했으니, 교육 부총리 자리가 겉으로는 골치가 아픈 자리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가 분명 면이 서고 끗발 있는 감투 자리가 맞긴 맞은 모양입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 자리는 분명 감투 자리이니 부총리 자리에 앉아있으면 그래도 그 자리를 쳐다보는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나라의 교육 난제 중 무언가 하나라도 챙겨서 실타래 풀듯 해결 하시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됩니다.

누구나 다 그랬던 거지만 김 부총리님도 처음 그 자리에 가셔서 참 의욕적으로 그리고 참신하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시작하시려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셨습니다. 필자가 김 부총리님에게 특히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취임하시면서 “초·중·고 교육은 공교육을 더욱 튼튼히 하고, 대학 교육은 개혁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훌륭한 인재를 키우겠다.”라고 하셨고, 경제 관료 출신으로서 교육 부총리가 되시기 전에는 교육에 대하여 비교적 개방적이고 건전한 견해를 피력하셨던 기억이 나서 그랬던 거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견해가 과연 얼마가 갈 것인가도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김 부총리님도 결국에는 그렇고 그런 교육 부총리로 기록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언론 관리를 안 하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김 부총리님에 대한 요즘의 언론 평가가 영 아니거든요.

그래서 왜 그럴까 하고 이리저리 살펴봤더니 이유가 있긴 있더군요. 그 첫 번째 이유가 교육부총리로서의 견해에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파주의 ‘영어마을’ 과 같은 체험적 영어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데, 그에 대한 부총리님의 말씀이 처음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즘에는 태도가 바뀌어 부정적인 발언을 하셔서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교육이라는 게 정치로 휘둘리기 시작하면 아무나 찝쩍거리게 되는 것이 수순이거든요. 말하자면 아무나 지나가다가 발길질해도 별 탈이 없는 동네 강아지 꼴이 된다는 겁니다. 교육부의 수장 자리는 교육이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을 막아주는 게 우선이고, 나아가서는 이 나라 백년대계를 정말 계획성 있게 꾸려나가도록 지도하는 일입니다.

나라 밖으로 내다보면 세상이 참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선두를 지키지 못하면 100년 전처럼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다시 낙오 국가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무한경쟁의 시대이고, 요즘 국내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도 국가들이 양극화로 가는 시대가 아닙니까? 그렇게 쫓고 쫓기고 있는 시대에 우리만 교육을 평준화 시키고 획일화 시키려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도 교육부의 수장이신 부총리님까지 그에 동조해서 교육을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럼에도 지금 김 부총리님은 교육에 대한 탁견이 부족한 때문인지, 아니면 정치적 입지에 밀리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시 종잡을 수가 없을 만큼 일관성 없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부총리님의 교육적 철학이 안 보인다는 거지요. 그러니 우리 교육이 방향을 잃을 것은 불을 보듯 한 거고, 교육 행정이 그러하니 교육이 잘 돌아갈 리가 없지요.

그래서 이참에 교육부총리님께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 하나만이라도 대통령께 제대로 건의해서 그동안 약간의 실책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교육을 일으키는 데 김 부총리께서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다는 얘기를 듣도록 하시는 게 어떻겠는가고 여쭙고자 하는 겁니다.

다른 게 아니고 삼성에서 사회에 내놓겠다는 8천억원인가 하는 돈 중에서 한 1천억원쯤이라도 떼어내서 이 나라 기초과학을 중흥시키는데 쓰도록 김 부총리님의 능력을 발휘해서 한번 힘을 써보시지 않으시겠냐는 부탁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그 돈을 교육 양극화 해소에 쓸 것처럼 보이는데, 그 방안이 당장은 나라가 선심 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두고 보면 그냥 그렇게 다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그럴 바엔 이참에 우리 기초 교육에 좀 통 크게 투자해서 이 나라 기초과학이 좀 살아나게 한다면 그게 훗날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밑거름이 될 거라는 건 상식적으로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의 기초과학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10년, 20년 뒤에는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나 심지어는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베트남에도 뒤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대학을 평준화 시키려 하기보다 오히려 수월성에 더 역점을 두시고 기초과학에라도 힘을 쓰시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아마도 부총리님에 대한 평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용기를 내시어 발상의 전환을 한번 그렇게 해보심이 어떨지 답을 듣고 싶습니다.

부총리님의 대과 없는 총리직 수행도 좋지만,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이해하신다면 한 번 고려해보실 제안이 아니겠습니까? 김 부총리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2006. 4. 7.

서원대 수학교육과 교수

朴 圭 弘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4-07 오전 11:54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