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사인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과 이군현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3일 황우여(한나라당) 교육위원장실에서 만나 로스쿨 설치 법안의 최대 쟁점인 정원을 법안에 규정짓지 않은 채 4월 국회 회기 내에 교육위에서 의결,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기로 합의했다. 정원 문제에 대한 의견은 그 결론을 속기록에만 남긴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의 경우, 지난 2월 여야 원내대표의 ‘산상회담’ 합의정신을 존중해 일단 전체회의에 상정해 대체토론을 가진 뒤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 간사 간 합의가 당 차원에서의 결정인지를 두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제5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육위 이주호 의원 측이 “어떻게 정조위원장도 모르는 간사 간 합의가 있을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로스쿨 도입 초기 총 입학정원을 2천5백명 이상 수준에서 법안에 삽입하자고 주장해왔다. 열린우리당은 총 입학정원 결정은 행정적 결정 사항이지 법령에 넣을 조항은 아니라고 맞서왔다.
그러나 여야 간사 간 합의는 양당 원내대표와의 논의를 거쳐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간사인)이군현 의원이 (황우여)교육위원장은 물론 (이재오)원내대표와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우여 교육위원장실 관계자 역시 “원내대표와 논의했다. 열린우리당도 원내대표와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가위원회를 대한변협 산하에 두도록 한 조항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원안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봉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견이 있는 경우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위는 현재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로스쿨 설치 법안을 오는 1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키고, 19일께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에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총 입학정원, 평가위원회 설치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로스쿨 설치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탄 데에는 양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이 마련한 재개정안을 우선 공식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게 급선무다. 반면 정부와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2008년 3월 로스쿨 개교를 위해 4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절박한 상황이다.
‘원안 통과는 안 된다’고 주장해온 법학계와 시민단체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속기록에 기재하는 것은 참조사항 정도이지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빨리 통과시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엉터리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로스쿨의 핵심이 사법시험을 없애고 대학에서 교육시킨다는 점과 변호사 수 확대에 있는데,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지난 4일 논평을 내 “조속한 처리 합의는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총 입학정원 문제와 관련해 더 심의하지 않고 논의를 종결짓기로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생각할 때 총 입학정원은 2천~3천명 이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평가기구를 대한변협 산하에 두도록 한 조항도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법학교수회,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5일 규탄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다른 법률안 등의 심의와 연계되어 흥정된 의혹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로스쿨 비대위는 “여야 간사들이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기 위한 방안인 로스쿨 총 입학정원 문제를 속기록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하고 법률에 규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행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변호사 기득권을 확고히 하고 고비용 구조로 부자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특권 로스쿨 법안 합의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