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와 관련해 논술을 쉽게 출제해 줄 것을 대학들에 요청했다. 반면 대교협 회장단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등 대학 자율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 대학 현안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전임 부총리는 학생부 50% 강조하더니 이번엔 논술?= 김 부총리는 이날 뒤늦게 논술 열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대학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아서야 되겠느냐”며 “논술이 필요하다면 학교교육에서 준비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실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조만간 논술을 실시하는 주요 대학 총장과도 간담회를 열어 2008대입제도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도 부교육감과 대학 입학처장 연석회의도 계획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면 2008대입제도가 안정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자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논술 비율 확대를 발표하자 사실상 논술이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며 최근 사교육 시장에는 논술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 입학처장들은 “당연한 원칙을 다시 한 번 밝힌 것으로 본다”면서도 속내는 못내 불편하다. 전임 김진표 부총리는 학생부 비중을 50%까지 올리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또 논술이냐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교육부에서 신입생을 뽑아 대학에 배정하라”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논술이 어려워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 쉽게 내라는 말인데,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조건 쉽게 출제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논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기존 학교교육이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의 잘못된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라며 “학교교육에 대한 변화 노력 없이 구습에 맞춰 출제하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현선해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학교교육과정 내에서 논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논술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없어져야 한다. 이런 지침을 피해서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내는 대학도, 푸는 학생도 모두 어려워진다”며 논술 열풍에 대한 책임을 대학에 돌리려는 듯한 교육부 태도를 비판했다.
◇사학법 시행 유보 촉구= 대교협은 이날 교육부가 사학법 재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김 부총리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비켜갔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병묵 경희대 총장은 “정관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많다. 헌법소원에, 국회 재개정 논의까지 겹쳐 있는 만큼 이달 말까지 시행결과를 보고하라고 공문 보낸 것을 유보시켜 달라”고 김 부총리에게 요청했다.
김 총장은 “임기 끝난 이사가 많은 대학은 시급하지만 한두 명 결원이 생긴 곳은 큰 문제가 없는데 재정적 제재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교육부는 집행부처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유보하기 어렵다”며 “이미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 교육부는 후속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대학 자율성 확대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권영건 회장은 김 부총리에게 “정부와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권 회장은 전했다.
대교협 회장단은 이밖에도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학 여건상 재정적 어려움이 많다며 고등교육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교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룡 동아대 총장과 김인세 부산대 총장이 함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