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목록
프린트 스크랩
“총장·이사회도 모르는데 누구 맘대로 합의했나?”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문제 국감 쟁점으로 떠올라
한나라당·대학서는 반대, 법안통과 쉽지 않을 듯…
안 그래도 답답한 국회에 골칫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국립대병원 소관부처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문제가 국정감사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 법 개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조건부 합의’ 문서 공개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립대병원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9개 국립대병원장이 복지부 이관을 조건부 합의한 문서 내용을 공개하며 논쟁에 불씨를 지폈다.

9개 국립대 병원장들이 서명해 복지부에 보낸 ‘국립대병원 소관변경에 따른 검토의견’에서 국립대병원장들은 “소관부처 이전에 대한 안은 공공의료 등 의무사항만 있어 본래 국립대병원의 역할인 교육·연구·진료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 및 정책들이 선행되어야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 정책이 올바르게 실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장들은 △지역암센터 등 공공의료 사업에 대한 재원을 정부에서 전액 지원 △정부출연금을 각 국립대병원에 공평하게 배분 △임명직 이사의 증원 △국립대병원이 사용 중인 무상양여재산의 조세감면 △국립대병원의 사업자체를 비과세 수익사업에 포함 △국립대병원의 공과금 감면혜택 부여 등 예산, 조직, 조세, 인력, 교육·연구, 지방자치단체 등 5개 부문 13개 항목을 부처 이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공문 발송 일자는 10월 2일이다. 그러나 10개 국립대 병원장들이 모여 회의를 한 날짜는 9월 8일로 문서에 나와 있다. 서울대병원은 복지부 이관에 반대해 서명에서 빠졌다.

◆국립대병원 이사장인 총장도 해당 사실 몰라

이 같은 조건부 합의 내용을 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해당 대학 총장들도 몰랐다. 지난 20일 제주대·제주대병원 국감에서 고충석 총장은 이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처음 들었다”고 밝혔고, 지난 24일 국립대 국감에서 조무제 경상대 총장 역시 “자세한 내용은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숙 의원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병원 구성원 및 의대구성원과의 의견 수렴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이사회 개최도 하지 않고 병원장들끼리 합의한 내용을 공문으로 보낸 것은 절차와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병원 이사장인 대학의 총장들도 모르는 합의문을 철회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따졌다.

같은 당 이군현 의원 역시 “국립대 병원장들이 복지부 이관에 대한 합의서에 동의한 것은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며 “임명직인 국립대 병원장이 이사회 개최나 학내 구성원 협의 없이 합의를 한 점과 국유재산인 국립대의 소속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관계 법령에 따르지 않고 동의의사를 표현했다는 것은 조건부 동의라 할지라도 권한과 역할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복지부로 이관하게 되면 대학병원의 교육·연구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의대는 교육부, 대학병원은 복지부 소속으로 관리감독 체계가 이원화돼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라며 복지부가 5년간 7,000억원의 예산 지원 조건을 내걸고 소관부서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육부장관이 책임지고 국립대병원에 대해 필요한 예산을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국립대병원의 의료급여환자 진료비율이 15%에도 못미칠 정도로 국립대 병원 문턱이 너무 높다”라며 “대학병원들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복지부로 소관부처가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 국가가 의료전달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하는 점인데, 복지부로 이관해 의료전달체계를 일원화함으로써 공공성이 한층 강화된다고 보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며 “법 개정하면서 충분히 의견 수렴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법 개정, 쉽지 않을 듯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이관은 지난해 5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회의에서 처음 마련돼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 발표됐다. 지난 24일에는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교육부·복지부·열린우리당이 합의했다. 지방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소관부처 이관에 반대하는 데다 지역 거점으로서의 의미가 약하다고 판단해 그대로 교육부 관할로 두기로 했다.

관련 법안도 이미 제출돼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이기우 의원(열린우리당)이 지난 8월 ‘국립대병원의 설치 및 지원·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국감에서 보듯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소관부처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장협의회가 의과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2%가 부처 이관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병원장들이 조건부 합의 문서를 작성한 것도 내용을 뜯어보면 정부에서 이미 정책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속내가 엿보인다.

황수현 경상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돈을 보고 대학병원에 있는 것이 아닌데, 교육·연구 부문 약화, 이원화된 관리체계에서 예상되는 어려움 외에도 신분보장과 교수 티오 확보 등의 문제도 크게 우려된다”며 “사실 현재처럼 교육부 산하에 있으면서 예산지원 확대 등을 통해 공공의료부문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교수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한 지방국립대 기획처장은 이에 대해 “나도 국감에서 처음 알았다”라며 “대학병원은 진료뿐 아니라 교육·연구를 겸하고 있는데 그냥 이관되어서는 곤란하다. 교육부와 복지부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 부서 간 이해가 충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10-27 오후 2:05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