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기고]국립대학 법인화의 충족요건
장호완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
얼마 전 산삼 먹던 백사를 잡았다는 기사가 주요일간신문에 게재된 적이 있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여 관상용 수입 뱀을 이용하여 한탕을 노린 어느 작자의 해프닝이라는 기사가 다음날 곧 이어졌지만, 이러한 오보기사의 게재에 대하여 독자에게 사죄한 내용은 신문의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상식을 벗어난 사건은 취재의 대상이 되겠지만 사실 확인은 기자의 의무요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언론에 만연하고 있는 ‘아니면 말 고식’의 무비판적 초고속 한탕기사는 관련된 당사자를 당혹하게하거나 억울함을 억누를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오보내용을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요즘 대학가를 긴장하게 하는 "국립대학법인설립·운영에관한 특별법(안)과에 관한 기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인화’법과 관련된 일부신문의 기사와 사설에서 법인화를 반대하는 모든 교수들을 안일하게 철밥통 만을 지키려는 폐쇄적 주범으로 대상화시켜 놓고 있고, 정부는 언론을 통해 이러한 몰아붙이기식 홍보를 전개하면서 구시대적 작태를 반복하고 있다.

소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일간신문들도 일본대학들이 최근 법인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보도내용만 앵무새처럼 인용 보도할 줄 알았지, 일본식 법인화의 실질적 내용이 무엇이고 우리와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심층 분석하고자하는 사실 확인 의지와 지적비판력이 결여된 기사로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이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방안 그리고 우리대학들에 내재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관해 기사를 쓰고자 하는 일선기자가 없다는 이러한 것이 결국 대학의 발전의지를 무디게 하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법인화가 소기의 목적을 거두고, 국립대학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성공적으로 갖추기 위하여서는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이 충족되어져야한다.

첫째, 법인화는 안정적 재정의 확충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인 서울대의 국고지원금은 도쿄대학의 국고지원금의 15%미만에 불과하며 미국 주요 주립대학의 약 11% 내지 20%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와 같은 재정상황으로는 국립대학들이 법인화된 대학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할 수가 없다. 법인화만 하면 일본처럼 세계적 상위대학으로 만들 수 있다고 평가하는 교육부의 단견과 고등교육관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세계 각국의 대학들은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은 우수한 학생의 선발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미야마 히로시 도쿄대학 총장은 도쿄대학이 세계의 리더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아래 일본의 우수한 인재를 찾아 전국을 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타율적이고 비탄력적인 학생선발제도로는 세계의 유명대학들과 경쟁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구시대적인 규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심화된 국제 경쟁에서 점점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비탄력적이고 획일적 방식에 의한 학생선발제도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법인화를 통해 설치하고자 하는 대학의 이사회가 선진외국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것이 동일하게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임을 보장해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민주적 절차에 대한 역사적 전통이나 시민의식이 선진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우리의 현 정치·문화적 상황에서는 작금의 몇몇 정부투자기관이 정치권의 의중에 따라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낙하산인사의 예에서 보듯이 대학이사회는 대학의 자율성 및 학문연구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임이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대학의 지배구조로서의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을 일본처럼 대학의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세계적 선도대학의 육성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행정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준비한데 비해, 우리의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지원금의 최소화를 위하여 법인화를 기도한다고 대학들로부터 의심받고 있다. 국립대학들이 교육부의 법인화 추진을 신뢰 하지 않은 이유는 교육부가 진정 대학의 발전을 위한 개혁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법인화에 대한 인식과 대처방안이 재고되어야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10-26 오후 5:14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