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학생 40.2%가 “취업을 위해 대학을 간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교육부가 대학별 취업률을 공개하면서부터 구직자 뿐 아니라 대학들까지 취업률에 울고웃는 모양새다.
본지는 교육부의 2006년 대학별 취업률 조사 결과 그룹별 1·2·3위로 두각을 나타낸 ‘취업명문 대학’들로부터 취업 지도의 노하우를 살폈다. 대학마다 취업지도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 특히 대학별 특성이 담긴 지도법을 테마별로 분류해보았다.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경희대 인제대 호서대 건양대 세명대 등 취업 8강의 비책을 분석했다.
하나. 물 샐 틈 없는 시스템으로 승부하라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공고한 시스템에 의한 취업지원이 특효다.
건양대는 교수 업적평가에 취업지도 실적을 반영하고 취업지도 전담 교수를 선발하는 등 거교적으로 ‘취업지원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대학은 학생들이 취업·진로 관련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도록 하고 수업과정에 반드시 학습·진로계획서를 중앙전산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교수들은 이를 기초로 매 학기 초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하고 역시 그 결과를 전산망에 입력해야 한다.
교수 업적 평가에 취업지도 실적도 반영된다. 기업체에 취업 홍보 활동을 하면 업적평가와 연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데 반영 비율은 높지 않지만, 교수 사이에 학생 취업이 곧 자신의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상징적 장치다.
취업 지도 전담 교수도 별도로 뽑고 있다. 건양대는 취업전담 교수를 전임교수 트랙으로 선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서 각종 취업 관련 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했다.
건양대는 또 학내에 기업의 연수원처럼 취업을 위한 별도 건물을 조성, 상시적 취업준비 체제를 강화했다. 컴퓨터·어학실·일반강의실·소형 강당·모의면접실·워킹룸 등이 들어선 ‘취업매직센터’에서는 주간에는 취업 관련 교과목 수업이, 방과 후에는 취업 관련 공통과정이 열린다.
인제대는 지난 5월부터 2단계 취업전략 프로젝트인 UA(University Advance)21사업을 선보였다. 교과과정 개편과 재학생 진로관리의 혁신을 통해 진정한 취업명문으로 부상한다는 것이 UA21 사업의 목표다.
이에 따라 인제대는 전공교육을 강화하고 비교과 부문의 자기계발 지원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취업클리닉, 집단상담실, 취업교육 및 면접실 등 시설 확충도 병행했다.
ICDP(Inno-Univ. Career Development Program)는 UA21 사업의 정점. ICDP는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정보를 제공, 이를 바탕으로 각종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나 개인 경력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인별 적성분석, 진로개발 목표설정,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적 커리어 개발과 지도교수 상담, 멘토링 진행상황 파악 및 성과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학생 개개인의 진로개발과 사회 진출에 대한 상세 정보가 온라인 시스템으로 DB화돼 중앙 집중관리된다.
둘. 연습은 실전처럼 하라
성균관대는 재학생들의 취업준비를 위해 취업 실습용 가상 기업인 ‘성균 인더스트리’를 세웠다.
학생들은 성균 인더스트리에 입사하기 위해 실제 취업 지원 과정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성균 인더스트리는 서류전형을 통해 1차 합격자를 선발하고, 직무적성 검사와 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최종 선발한다.
합격한 학생들은 3~5일 동안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받는데, 조직 적응력,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직장예절, 프리젠테이션 기법 등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불합격한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지원 과정에서 지적된 약점에 대해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대학이 올해부터 노동부과 관학협력으로 실시하는 단계별 취업전략프로그램도 실제 취업 지원 프로세스를 구현한다. 노동부 소속 상담사와 면접관들이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직업군을 추천하고 이에 따라 서류를 접수를 받아 전형을 하고 실전모의면접까지 실시한다.
고려대는 특히 1대1 면접 클리닉을 상시 운영하는 등 면접과정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면접 클리닉은 마케팅·HRD·해외영업·국내영업 등 기업의 직무 분야별로 세분화해 실시하며 전문가와 현업에서 활동 중인 선배들이 자문한다.
학생들이 특히 고소득에 복지혜택도 뛰어난 외국계 기업을 선호함에 따라 외국계 기업을 따로 준비하는 코스도 마련했다. 취업지원실 내에 영어카페를 조성해 영어 인터뷰 클리닉, 영문 이력서 작성법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작성해 온 이력서를 교정해주기도 한다.
>셋. 고객의 니즈를 담으라
경희대는 취업프로그램 운영에 ‘수요자’인 학생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제도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희대는 각 전공에서 4학년 대표 1명씩을 선발해 ‘학생취업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주에 한번씩 모여 학생들이 취업 준비시 겪는 어려움이 뭔지 정기적으로 체크한다. 각종 취업 강좌 개설에 따른 평가도 바로바로 피드백 받을 수 있어 현장감있는 취업지도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지난 96년부터 운영돼 왔으며 38개 전공의 4학년 대표 1명씩이 모여 38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경희대는 학생취업대책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취업스쿨’을 개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경희대는 취업스쿨을 통해 정규 강의에 취업 관련 강좌를 12과목이나 마련했다. 현재 △취업정보분석과 입사전략 △창업이론과 실무 △성공학개론 △인성개발과 봉사활동 △역량개발 전략론 △여성능력개발론 △면접교육실무론 △프리젠테이션스킬 △취업영어 △글로벌 리더십 등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넷. 네트워킹을 활용하라
호서대는 끈끈한 연을 맺고 있는 250여개 가족기업과 벤처 인큐베이팅이 힘이다. 가족기업에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 현장실습을 경험하게 하는데, 인턴과정이 끝나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해당 기업에 채용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만도 파견한 50명의 학생 중 절반 가량이 취업됐다. 인턴 파견 전에 실무·집중교육으로 준비된 학생들을 관련 업체에 파견해 기업의 만족도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특히 호서대가 부지를 제공, 캠퍼스 내에 유치한 삼성 계열사인 (주)세메스와의 교류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이 기업으로 취업하고 있다.
창업 벤처 동아리를 육성, ‘창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도 한다. 학교의 지원으로 창업에 성공한 동아리가 40~50개 가량. 이들 일부가 산학협력업체로 성장해 호서대 재학생의 취업을 창출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세명대는 교수들의 기업체 방문 홍보 활동으로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면서 취업률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학은 취업률 우수학과, 자격증 취득 우수학과, 교수 1인당 취업률 우수학과 등 취업 관련 실적에 따라 교수 포상도 실시한다.
교수들은 전반기에는 희망자에 한해 기업 방문 홍보 활동을 하지만 9~11월 취업 시즌에는 전체 교수 140명이 기업체를 돌며 대학을 홍보한다. 1인당 5개 기업체를 방문하는데, 주로 수도권과 대학 인근 지역 소재 기업을 공략한다. 개교 첫 해부터 벌써 15년째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다섯.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라
이화여대는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이화-GE 리더십 챌린지’, ‘이화-삼성ESSENCE’ 등 국내외 유수 기업과의 협력으로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는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무기다.
‘이화-GE 리더십 챌린지’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리더십 교육으로 글로벌 기업인 GE의 ‘현장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으며, ‘이화-삼성ESSENCE’ 프로그램에서는 삼성생명과의 협력으로 사회진출시 요구되는 프로페셔널 이미지 형성, 프리젠테이션 스킬, 비즈니스 매너 등을 교육받는다. 수료자에게는 삼성생명에서 수료증도 발급한다.
‘프런티어 이화 일일방문단’은 굴지의 기업을 일일 방문해 취업 의지를 배가하고 기업과 직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