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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전문대를 없애라”
전문대 교수들, 4년제 중심 정책과 예산 비판
‘수업연한 결정 자율화·재정지원 확대’ 요구
“차라리 전문대를 없애라.” 정부가 전문대학정책과를 신설하고 심화과정의 학사학위 수여를 약속했지만 전문대를 달래기는 부족한 듯하다.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 소속 전문대 교수 5백여명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문대학 교육혁신결의대회 및 세계 고등직업교육포럼’을 열어, “4년제 대학에 편중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과 재정지원으로 전문대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며 전문대 수업연한 결정 자율화와 재정지원 확대를 거듭 주장했다.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소속 보직교수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결성한 단체다.

◆“전문대가 4년제 대학 들러리인가”=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우리는 4년제 대학의 들러리가 아니다” “실내에서의 행사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잃어버린 전문대 30년을 찾기 위해 모였다”라는 구호가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돼 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문대는 대학진학생의 41%를 책임지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게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지적이다. 지난해 특성화 예산지원 현황을 보면 4년제 대학이 1조4천억원인데 비해 전문대는 2천억원에 불과하다. 타 부처 재정지원액 역시 1백70억원으로 4년제 대학(1조1천억원)의 1.5%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4년제 대학이 취업이 잘 되는 전문대 관련 학과를 잇달아 개설하고 부설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 등 갈수록 고유영역이 잠식당하는 것도 위기의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안경광학과, 치위생과, 귀금속학과 등 4년제 대학에서 최근 개설한 전문대 관련 학과는 38개 대학 33개 학과에 이른다. 지난해는 27개 대학 21개 학과였다.

전통적으로 전문대 특성학과로 인식돼온 간호·보건계열 학과의 입학정원 증원 비율도 4년제 대학이 전문대를 넘어섰다. 2003년 85% 대 15%였던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증원 비율이 2004년 67% 대 33%로 좁혀지더니 올해에는 28% 대 72%로 뒤집혔다.

윤여송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장(인덕대학 교수)은 “특성화 노력도 4년제 대학의 학과 무단복제 앞에선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4년제 대학의 발전을 위해 전문대가 희생되는 오늘의 교육체계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율성·예산 확대가 해답”= 이날 참석한 교수들은 전문대가 산업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예컨대 외국처럼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한 일반대, 산업대, 전문대, 기술대를 ‘산업인력양성교육중심대학’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개편해 전문대 졸업생에게도 학사학위를 주자는 것이다. 당장 개편이 어렵다면 학과에 따라 수업연한을 1~4년의 범위 내에서 학교장이 자율 결정하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재정지원을 확대해 4년제와의 예산 균형을 맞추고, 전공심화과정의 학사학위 인정을 연내에 입법화할 것도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윤여송 본부장은 “산업체 수요에 맞춰 직업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 개편 등에서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전문대를 모두 없애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3년제 학과의 경우 학장이 설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고등교육체제 개편은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학제개편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틀 속에서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전공심화과정의 학사학위 인정과 관련해서도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국회 교육위원회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도 “연내에 전공심화과정의 학사학위 수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내국세의 19.4%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0.0%로 올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20.6%까 확대할 계획”이라며 “그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 투자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교부금법을 같이 통과시키면 어느 정도 예산 편중 문제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05-24 오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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