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방송에 출연한 여자 연예인 A씨는 우스갯소리 한마디 했다가 혼쭐이 났다. 자기를 모델로 활용한 기업이 자기 때문에 쫄딱 망했다고 농담을 했는데, 그 기업의 반발로 30억원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뻔하였다.
유명한 정치인 B씨 역시 말을 잘못했다가 3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진실이 아닌 허위의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다. 원고의 소 취하로 실제 배상을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말을 잘해야 한다’는, 까딱 말을 잘못했다가는 비싼 말 값을 치르기 위해 전 재산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남겼다.
글은 어떤가? 글도 마찬가지다. 신문·잡지의 뉴스든 아니면 소설이든 광고의 카피든 그 글의 내용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일이 허다하다.
주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인데, 명예훼손이란 매우 간단히 성립한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면 명예훼손의 죄가 구성된다.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글로 쓸 때는 물론이고 진실한 사실을 말하거나 글을 써서 발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형사상 명예훼손죄의 원리는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적용되고 있다.
물론 글로 쓰거나 말로 한 내용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었을 때는 그 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어떤 경우에 진실하다고 할 것이지, 또는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지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예가 번다하다.
온라인에서는 어떠한가?
인터넷은 흔히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망을 통해 직접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글을 쓰거나 다른 사람을 욕보이는 자료를 올릴 때 명예훼손의 책임을 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타인이 올려 놓은 자료를 퍼 온 경우에도 명예훼손 책임을 질 수 있고, 온라인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나 홈페이지 관리자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과 자료를 삭제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
최근 자식 잃은 슬픔에 빠져 있는 유명인사 C씨 관련 기사에 대하여 ‘빨갱이‘ 등의 악의적인 댓글을 붙였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이 벌금형에 처해 지는 등 사법 처리되었고 인터넷 매체를 통해 여성 앵커 D씨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징역을 살아야만 했다.
온라인 상에서 타인을 비방하는 글과 자료를 게시하거나 퍼오거나 댓글을 붙이는 등의 행위, 이른바 ’사이버명예훼손죄‘ 사례가 연간 수천 건에 달하고 있다. 온유한 글과 자료에 대해서 법의 처벌이 너무 강경한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이 타인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는 흉기로 변모한 결과인지 헷갈리게 한다.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익명의 행위는 아름답고 숭고하다. 그러나 온라인 익명성의 장막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의 명예를 해치거나 마음을 찢어지게 만드는 글과 자료를 게시하는 행위는 추악하고 저열하다.
’글은 영혼의 외출‘이라는 말을 들었다.
말을 제대로 하고 글을 정직하게 썼더라도 권력의 핍박을 받는 시대를 겪었고, 말을 틀리게 하고 글을 비뚤어지게 써서 법적인 책임을 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권력과 법의 강제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외출 나온 내 영혼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말과 글들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