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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 칼럼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김용일 칼럼] 한국해양대 교수
학교의 민주적 조건이 건강한 시민 길러낸다
김용일(한국해양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개정 사립학교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현재 이 법률의 ‘운명’을 정확히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많은 논란을 거치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개정 법률을 시행하기도 전부터 일찌감치 재개정 여부가 정치쟁점화 되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제2기 원 구성 직후 한나라당은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약속’을 지키라고 목청을 돋웠다. 이에 집권 여당은 ‘약속’ 자체를 부정하면서 재개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기본적으로 여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할 공산이 크다.

주지하듯이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문제 사학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등의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들쭉날쭉한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입법 가운데 한결같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얻은 의제이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학도 이제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법률 개정과정에서 표출된 것이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은, 해석을 달리 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에의 열망과 높은 지지가 사학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직간접적인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사실이다.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가장 큰 바람 가운데 하나가 국ㆍ공립 유치원으로의 전직이다. 교원 신규채용과 승진 등에 관한 인사 비리 소식이 전해지고, 학교의 공기가 국ㆍ공립학교와 다르다는 게 교원들의 중론이다. 신입생 편ㆍ입학 관련 금품수수, 횡령 등 돈을 둘러싼 추문들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학교 구성원의 누적된 불만과 갈등이 종종 학내분규로 치닫게 되는데, 사태를 해결할 권위를 지닌 구심이 부재해 파경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학생들에게 끼치는 비(반)교육적 영향력에 비하면 그런대로 견뎌낼 만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투명하지 못하고 권위적인 학교풍토가 알게 모르게 학생들의 인성과 시민의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위에 열거된 사례가 일부 사학에 국한된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반박한다. 우리 교육발전에 크게 공헌해온 ‘사학을 매도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항변’이 전혀 이유 없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유독 개방형 이사제 등에 주목하여 그것만은 어떤 식으로든 막아내야겠다는 모습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교육의 내용 내지 질(質)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학교운영의 민주화라는 형식(교육의 조건)과 같이 가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이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운영이 투명하지 못함으로써 초래되는 회계부정이라든가 임용비리 등은 단순한 민형사상의 범죄를 넘어서는 중범죄다. 시간과 비용 등의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이 감당해야 할 고통과 그 파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고통이 교직원과 학생의 인간성을 파괴하기도 하며, 비(반)교육적인 풍토를 용인 내지 묵과하는 “비겁”을 양산하게 된다.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시기에 ‘침묵의 문화’를 강요받은 청소년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여 고품격의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겠는가.

이번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 운영 및 교육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발걸음을 떼었다는데 일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찬성론자건 반대론자건 모두 나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 미진함을 들어 불만을 토로하는 측은 사학과 정치권력이 긴밀히 연계되어온 8.15 이후의 우리 역사를 생각해볼 일이다. 사학 지배구조 등의 변화는 사회세력 지형의 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사학의 자율성 등을 내세워 개정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측은 ‘자율성’이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종교계 사학 관계자들은 세속적인 요소를 포괄하고 있는 공적인 일을 ‘성역’시하여 초래된 저간의 문제 상황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헌법이 교육의 종교적 중립성이란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점도 되새겨볼 일이다.

김용일 칼럼 | 입력 : 06-07-08 오전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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