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과 이사장은 바로 이러한 일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책임자 그룹이다.
본지는 <사학 대 탐구> 시리즈 3번째로 국내 사학의 실질적인 리더 계층인 총장과 이사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한편 대학 경영을 위한 이들의 역할과 기능이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해 왔는지 되돌아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대학 총장의 역할과 기능도 시대적 요청에 따라 서로 다른 역사와 전통을 형성하며 발전해왔다.
중세와 근세의 대학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단순한 학문 공동체의 성격이 강해 대학 총장이 설립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덕망이나 행정 전문가로서의 위치가 강조됐으나 현대적인 총장의 역할은 사회가 거대화, 조직화되고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감독 기능은 물론 분위기 조성, 개발, 정책결정자로서의 리더십 발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학이 ‘자유와 가치’로 상징되던 전통적인 상아탑의 개념에서 나아가 아카데미즘과 프로페셔널리즘이 동시에 강조되고 연구 기능보다 교육 기능이나 생산성이 중시되면서 이제 대학 총장들은 학문적 수장이기보다는 교육 문화적 기업(Academic enterprises)의 총수로 기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시대 상황 따라 총장 이력도 변화 바람
해방 후 지난 50여년간 국내 대학 총장들의 이력 등을 연구한 송미섭 전 경희대 교수(교육)에 의하면 1960년대의 총장은 고매한 인격과 뛰어난 학식을 소유한 학자면 만족됐다. 65년 조사 결과 총장들의 23%만이 미국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총장이 되기 전 경력은 대학 행정가 36%, 대학 교수 36%, 기타 28%로, 평균 연령은 51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1970년대 와서는 우리나라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계층간, 세대간 갈등이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고 대학행정도 복잡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76년도 조사에서 총장 경력은 행정가 60%, 교수가 23%, 기타가 17%로 평균 연령도 52세로 나타났다.
1980년대 들어서는 대학의 양적 성장이 두드러졌으며, 대중화 보편화와 함께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대학 행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988년도 조사에 의하면 이 시기 국·공립대 총장의 94%와 사립대 총장의 73%가 박사학위 소지자로 대학 행정 경험 경력자가 71%로 매우 높아졌으며, 평균 연령은 57세로 높아졌다.
1990년대는 대학 사회가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개방화, 경쟁화되고, 전문화 정보화되는 변화의 시점. 지난 99년도 교육부가 조사한 총장 이력에 따르면 국·공립대학 총장의 100%, 사립대학은 85%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교수직선제 등의 영향으로 전직 교수 출신이 49%, 타 대학 총장 또는 행정 전문가가 36%, 기타가 15%로 낮아졌으며, 평균 연령은 61세로 급격히 높아졌다.
200년대 들어서는 개방화 자율화 정보화가 심화되고 경쟁 환경이 격화되는 등 대학 구조개혁이 화두로 대두된 시기로 국·공립대학의 경우 직선 총장제가 정착되고 구성원의 선거 참여가 활성화 돼 총장 구성에도 변화가 잇따랐다. 지난해 3월 본지 조사 결과 국공립대 총장은 내부 교수 출신이 88.9%, 기타가 11.1%로 교수 출신 총장 인선이 두드러졌다.
사립대는 42.3%가 교수 출신 내부 인사를 총장으로 뽑았으며 타 대학에서 총장 활동 경험이 있는 행정 전문가나 교수 출신이 34.6%, 관료나 국회의원 출신이 21.3%로 뒤를 이었다. 총장들의 평균 연령은 국·공립대학의 경우 59세, 사립대학의 경우 61.5세로 3세 정도 차이가 났으며 박사 학위는 국내 박사가 49%, 해외 박사가 51%로 이 가운데 미국 박사 학위 소지자가 64%로 다수를 차지했다.
국공립대 직선 총장, 사립대 임명제 선호
총장 선임 제도는 8·15 해방 이후 1905년대를 거치며 부분적인 교육자치제와 교수회 추천을 받아 정부가 임명하던 것을 5·16 후 대학 정비 정책과 함께 임명제로 환원됐으며, 80년대 들어 6·29 선언 이후 대학의 민주화 자율화 추세와 더불어 교수 직선제가 실시되고 있다.
대학들은 형편에 따라 임명제, 직선제, 또는 절충제(간접 선거제)를 시험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공립대학은 직선제를, 사립대학은 임명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공립대의 경우 최근까지 직원의 선거 참여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교수 등 구성원들의 직접선출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사립대 대부분은 법인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위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본지 조사 결과 국공립대의 경우 ‘총장선출 방식’에 응답한 33개교 모두가 교수 또는 교직원 참여에 의한 직접투표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으며 사립대는 79개교 중 68개교, 86.1%가 법인임명 형태라고 응답해 이를 뒷받침했다.
총장 선출의 유형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화돼. 지난해 본지가 국내 4년제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총장들의 선출 경력을 분석한 결과 크게 △해당 대학 교수 등 내부인사 발탁 △관료 및 타 대학 총장 경험을 소유한 외부인사 영입 △설립자 직계의 친정체제 구축 등 세 부류로 구분된다. 조사대상 1백86개 대학 총장 중 △내부인사가 98명 52.7%로 가장 많았고 △외부인사가 52명 28.0% △설립자 내외 및 직계 인사가 19.4% 순이었다.
‘설립자 친정 체제’ 구축, 위기 돌파
사립대학의 경우 36개 대학에서 설립자 내외 및 직계자손이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조사대상 사립대(1백43개교)의 25.2%, 사립대 총장 4명 중 1명꼴이다.
이들 대학은 주로 설립자 본인의 ‘친정체제’나 부인과 2세인 아들로 대물림되고 있는데 김희수(건양대) 이영상(경북외대) 류택희(극동대) 이종필(명신대) 이강무(성민대) 이종욱(수원대) 조기흥(평택대) 함기선(한서대) 총장 등은 직접 대학을 설립한 1세대이다.
김향자(경운대) 공정자(남서울대) 박동순(동서대) 총장은 설립자의 배우자로 대학을 ‘키워’가고 있으며, 김윤배(청주대) 김혁종(광주대) 임용철(대전대) 최성해(동양대) 서교일(순천향대) 채훈관(영동대) 김종량(한양대) 임상혁(추계예대) 총장 등은 설립자인 부모의 뒤를 이어 대학 운영 책임자의 자리를 넘겨받았다. 설립자 2세 총장들은 대부분 해당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실장, 부총장, 법인 이사장 등의 경력을 밟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에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와 “대학은 사학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우려가 아직 공존하고 있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맞는 총장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바르게 행하는 것에 평가의 우선 순위가 두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부 영입 1순위는 ‘교육 경륜’
대학개혁과 특성화가 화두로 대두되는 200년대 이후 외부인사 출신 총장의 영입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
본지 조사 결과 설립자 직계 대학을 제외한 1백50개 대학의 3분의 1 이상이 외부 영입 인사로 교수 등 타 대학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총장들이 35명(23.2%)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조규향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부산외대·서울디지털대, 이성근 대구예대 총장은 배재대·한성대 등 각각 3~4개 대학 총장직을 섭렵하면서 이른바 ‘직업 총장’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사례. 전직 관료와 국회의원 출신 총장들도 영입 1순위.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산자부) 김성훈 상지대 총장(농림부) 이효계 숭실대 총장(농림부) 등은 장관 출신이며 양승택(동명대학교), 정근모(명지대) 총장 등은 전직 관료로 대학 총·학장 경험을 모두 갖고 있었다.
외부 인사들의 총장 영입은 역시 이들이 지닌 다양한 인맥과 대외경험을 높이 사는 경우로. 이들이 구축해온 인적 네트워킹 등을 활용해 대학 개혁과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사학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총장 역할과 자질도 다양화
총장 자질이나 역할에 대한 담론은 지난 90년대를 전후해 봇물을 이뤘다. 총장이 수행해야 할 역할체계를 선구적으로 제시한 김종철 박사는 지난 87년 총장 직무분석을 토대로 대학조직의 대표자, 조직 통합자, 대학정책 결정자, 교육 연구관리 운영 총괄자 등 4가지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경남대 박제규 전 총장은 지난 92년 연구에서 바람직한 총장의 자질에 대해 ‘행정 수행 능력’을 1순위로, ‘재원확보 능력’과 ‘대학구성원의 존경도’, ‘학문적 능력과 업적‘ 등을 다음 덕목으로 꼽았다.
김인회 전 연세대 교수(교육)는 90년대 들어 격화되기 시작한 직선 총장제 폐혜를 지적하면서 “앞으로 국내 대학 총장의 자질은 학문과 도덕성을 겸비한 대학 통솔자로 유능한 대학 경영자이면서 발전기금 모금에는 탁월한 로비스트로 대학의 어른 노릇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
고려대 정우현 교수(교육)는 그러나 “총장은 행정가로, 학문적 지도자로, 행정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임무와 역할은 대학의 설립이념이나 규모, 특징, 설립주체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양대 김종량 총장도 “대학 총장의 역할과 임무는 대학자치의 테두리 안에서 총장의 직무가 어떻게 인식되고 행사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며, 대학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총장은 특히 “오늘날의 총장은 대학 혁신을 창안하고, 전파하고 채택하는데 앞장서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여야 한다”며 이른바 ‘변화 촉진자로서의 대학 경영자’로서의 신총장상을 주창,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총장의 위치와 성격은 과거 ‘상아탑의 거인’, 지성의 상징‘, 행정 수반’의 자리에서 나아가 다기능적 성격을 띤 대학(multiversity)의 직무 수행자로서 다원성과 상충성을 갖는 자리가 됐으며, 오늘날 종합대학교의 총장은 한마디로 대학 발전을 선도하는 관리자형 총장으로서 유능한 국제 경영인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