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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좌지우지해선 대학 발전 없다”
장 로베르 피트 소르본대 총장, “기업과의 연계 강화가 글로벌 인재 양성 핵심”
▲ 장 로베르 피트 소르본대 총장은 “기업과 대학의 연계가 글로벌 인재 양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명섭 기자
“학생 선발권 등 대학에 좀더 많은 자치를 줘야 한다.” 프랑스 지성의 산실이라 불리는 소로본대(파리4대학)의 장 로베르 피트 총장은 지난 9일 “정부가 주도하고 좌지우지해서는 대학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8~10일 서울서 열린 ‘제1회 글로벌 인재포럼’ 참석 차 방한한 피트 총장은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핵심”이라며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대학은 요즘 ‘구조개혁’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대학, 특히 소르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점은 재정 부족이다. 모든 대학이 국립대인 탓이다.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만 턱없이 적다. 초중등교육에는 상당히 투자하면서 고등교육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문제이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모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의 질이 떨어지고 중도 탈락률도 높다. 재정난 때문에 모두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이제는 세계의 보편적인 학제를 받아들여 경쟁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 프랑스에서 대학개혁 논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내년 봄에 대선이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선을 기점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대학의 자치가 더 많아져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고 좌지우지해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 정부에 의존하다 보니 대학과 기업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기업이 대학교육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의 산학연계를 강화하고, 기부금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돈 많은 학부모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장학제도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등록금도 받아야 한다.”

- 최근 한국대학의 고민 중 하나는 글로벌화이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생활,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핵심이다. 프랑스에서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도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 대학과의 관계 구축도 중요하다. 소르본대도 재정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옥스퍼드, 하버드 등 세계 유수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에게 외국의 정보를 얻게 하고 있다.

언어도 중요하다. 외국어를 필수로 지정해 최소한 1개 이상의 외국어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 최근 발표된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프랑스 대학이 미국은 물론 영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처지는 것 같다.

“상하이 자이퉁대 발표를 가장 신경 쓰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대학이 46위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파리 근교에 17개, 파리 시내에 8개 국립대가 있다. 이 8개 국립대는 모두 특성화되어 있다. 소르본은 인문학 중심이다. 논문이나 연구의 질은 다른 세계적인 대학에 뒤지지 않지만 평가지표를 보면 노벨상 수상자 수 등이 들어있다. 전체를 보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파리6대학의 경우 과학과 의학 분야가 특성화되어 있는데 교수들은 국립과학연구원 소속으로 되어 있다. 소속이 다르니까 평가 때 순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세 번째는 계속 강조하지만 재정 부족이다.”

권형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11-10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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