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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3인이 추천하는 '책읽기'-손광식(프레시안 고문)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책은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전문서적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정치 사회심리를 다룬 구스타브 르봉의 <군중심리>는 구체적 예증들을 깔아 놓아 끝까지 책을 놓지 않게 한다. 마크 굴란스키의 <소금>도 마찬가지다. 이 단순한 조미 원료의 역사를 4백90쪽에 풀어나간 방대한 연구 보고서이지만 그 흥미진진한 내용전개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읽게 만드는 책의 매력은 같은 장르나 주제라도 활자 하나하나를 어떻게 동원해 내고 엮어 내느냐에 있다고 본다. 고로 인내심을 가져야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은 실패한 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책은 읽고 난 다음 메시지를 남겨야 좋은 책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뗄 수 없는’이란 출판업자의 상투적 선전 문구처럼 최근 독파해 낸 책이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 소설 <남쪽으로 튀어!>다. 출타를 할 때면 꼭 옆에 끼고 나가는 게 이 책이었다. 승용차 안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쉬지 않고 총 7백17쪽을 읽어냈다. 그 제목에서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이 소설은 만화적인데가 있을 만큼 코믹하고 재미가 있다. 도대체 ‘남쪽을 향하여’도 아니고 ‘남으로의 탈출’도 아닌 ‘튀어!’인가.

그런 호기심으로 해서 나는 초등학교 6년 생 우에하라 지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 일본 소년의 성장궤적과 더불어 그의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라는 운동권 출신 아나키스트의 자취를 더듬어가게 되었다. 어쩌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 거물 운동권 지도자의 행로였지 싶다. 그는 한때 ‘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행동대장이었던 과격파. 그의 아내이자 주인공 소년의 어머니 또한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의 잔다르크’로 통했던 여전사. 운동권 집안이지만 가족애가 두텁다. 갈등의 상징적 인물로 등장했던 소년의 누나가 결국은 먼 남쪽 오지의 섬 구석으로 돌아와 의붓아버지의 철학적 동지가 되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우리 집 아이들을 포함하여 나와 같은 세대의 자식들은 반미 반체제의 운동권 울타리에서 지난 세월들을 보냈고 지금도 그 흐름의 일단이 대학가에 음영을 깃들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상과 현실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사람에 따라 어떻게 자기 전개를 해 나갈 것인가는 흥미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아나키스트 우에다 이치로의 궤적은 그런 관점에서 더듬어 가면 많은 것을 우리에게 학습시킨다.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생활 철학에 매몰되어있어 우리의 소년 주인공 지로와 마찬가지로 ‘보기 싫은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 하는 짓 마다 밉상에다 반골이자 반자본주의의 상징인 반골. 그러나 폭력적인 좌파와 환경운동에 끼어드는 도시세력에도 대항하는 괴짜. 그는 지로의 소원대로 ‘회사에 나가 돈 벌어오는’ 모범적인 아버지는커녕 전셋집까지 처분하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 구석으로 온 가족을 끌고 내려가 버린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결말이지만 독자는 우에하라 이치로의 진목면을 재발견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 오쿠다는 2004년 나오키상(수상작-공중그네)을 수상한 잡지 기자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 <남쪽으로 튀어!>는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아의 스태프들이 선정한 ‘올해(2006년)의 책’에서 당당 1위를 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11-20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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