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제2도약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화'. 과감한 글로벌화 추진으로 따뜻한 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면서 세계 100대 명문대학으로 진입한다는 포부다.
취임 3개월만에 파주에 대규모 교육·연구 복합단지 건립을 확정,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준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을 만나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이화여대의 비전을 들어봤다.
"제가 총장이 되면서 제시한 '이니셔티브 이화'라는 비전은 파주 교육·연구 복합단지 설립을 통해 이미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화가 모든 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은 사실 모든 이화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85년 모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년 넘게 교수와 보직을 맡으면서 누구보다 '이화'를 잘 안다는 이 총장은 "일생을 이화와 함께 살아와서 총장이 된 후에도 이화를 이끄는 정신이 생소하지 않다"며 대학 경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총장은 파주가 서해안시대와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지리적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이 총장에게 파주는 율곡 선생과 황희 정승의 숨결이 배어있는 '문향'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 총장은 "파주는 임진강과 한강의 접경지에 위치해 국제화를 상징하는 서해안 시대에 걸맞는 요충지이며 그런 면에서 글로벌 이화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금촌과 파주 LCD 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140만평의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돼 IT·BT 관련 산학연구 복합단지로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의료환경이 열악한 경기북부지역임을 감안, 종합병원 설립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촌 캠퍼스에서 30~40분 밖에 떨어지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강점이다. 인근에 파주 영어마을과 출판문화단지, 헤이리 아트밸리 등 주변의 문화적 교육환경과 상하수도, 전기 등의 기본 인프라가 구비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파주 복합단지는 특정 단과대학이 통째로 옮겨가는 타 대학의 제2캠퍼스와는 개념을 달리한다. 재학생의 학업은 신촌 캠퍼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파주 단지에서 일정기간 머물면서 집중 외국어 교육과 인성, 리더십 교육을 받게된다.
이 총장은 "사회가 경쟁력과 유능성만을 강조하고 있어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며 "글로벌시대 원만한 소통을 위한 인성교육을 위해 '열린 공간'인 파주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외국어 교육 강화 역시 필연적 요소로 뒤따른다. 이화여대는 내년 봄 학기부터 외국인 교수 채용을 크게 늘려 전공단위별 최소 1명 이상의 외국인 교수를 채용할 계획이다. 신규 임용교수는 누구나 학기당 한 과목 이상의 영어 강의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학생들 역시 재학중 영어강의 4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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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 이인원 회장(왼쪽)과 대학본부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배용 총장 / 한명섭 기자 |
임기중 이화를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은가.
- "이화여대는 120년 역사를 통해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있는 대학으로 발전했다. 전세계적으로 여자대학 1등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겸허하게 외부의 목소리에 경청할 것이다. 우선 건전하고 바람직한 대학 문화의 모범상을 제시하고 싶다. 이미 확보한 경쟁력 우위를 기반으로 임기내 세계 100대 명문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이화가 한단계 도약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이화가 모든 구성원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는 대학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최근 미국의 여자대학들도 남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수 인재 유치 차원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화여대의 경우는 어떤가.
- "지금까지 이화의 교육목표는 남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인재를 키워내자는 것이었다. 과거 여성이 억압된 굴레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19세기말이나 국력 신장에 한 축을 맡고 있는 지금이나 여성인재육성의 중요성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양성평등시대를 지향하는 사회일수록 양성이 서로 바람직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여성의 섬세함과 친화력, 부드러움과 정교함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에 너무 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역사를 회고해보면 제도와 사람의 조화, 공공과 개인주의의 조화, 이상과 현실간 조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대학은 설립 이념과 교육목표에서 매우 다양하다. 역량과 규모 그리고 역사도 다른 만큼 교육부는 큰 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서로 다른 대학 특성을 대국적 차원에서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 관리보다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국가적 자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 "그동안 우리가 역사교육을 소홀히 해 온 때문이다.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간과하듯 우리 자신이 역사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다. 일본이 우리역사의 저력을 알고 의도적으로 파괴했다면, 우리는 해방 이후 역사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채 본의 아니게 스스로 우리 역사를 소홀히 해 왔다. 그동안 국사 교육을 정책적 문제로만 다루어 왔을 뿐 정부나 학계가 국사 교육의 생활화를 소홀히 해 온 것이 국사 교육 부재의 현실로 이어졌다고 본다. 과거는 미래를 여는 소중한 교훈이다."
※대담 : 본지 이인원 회장 / 정리 한용수 기자 / 사진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