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교수의회 예비심사 절차인 ‘자격적부심사’에서 탈락하자 한 공과대 교수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어 총장이 재임기간 동안 교육서비스 제고 차원에서 교수들을 압박하다가 탈락한 것"이라며 "네거티브 방식으로 실시되는 교수의회의 자격적부심사는 하루 빨리 바꿔야할 제도"라고 주장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탈락으로 대학사회에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론’이 일고 있다.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고려대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국대는 재단에서 도입한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방식에 교수회가 반발해 총장 후보를 재단과 교수회측이 따로 뽑는 일이 벌어졌다. 동국대 교수회는 지금까지 해 오던 교수중심의 직선제(올해는 직원이 포함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은 총추위를 통해 외부 인사까지 총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총장 선출을 두고 정부와 마찰을 벌인 국립대도 있다. 전북대는 지난 7월 총장후보 1순위로 올린 후보를 청와대와 교육부에서 도덕성 문제를 들어 거부해 한동안 홍역을 겪은 후 재선거를 실시해 서거석 교수(법학)가 선출됐다. 지난 8월 총장을 선출한 목원대도 교수와 직원 투표에서 3위로 올라온 이요한 총장이 선임되면서 최근까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렇듯 적지 않은 대학들이 총장 선출 전에는 선출방식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총장 선출 뒤에는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어 총장 탈락을 계기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치러지는 교수의회 예비심사 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일 잘하는 총장이 오히려 반발에 부딪혀 물러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총장이 되는데 가장 장애가 될 후보에게 네거티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 타임스 순위 150위로 전년 대비 34계단 상승’, ‘중앙일보 평가에서 맞수 연세대를 제치고 4위 등극’ 등은 어 총장 재임기간에 거둔 대표적인 성과가 오히려 교수의회의 네거티브 방식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네거티브 방식이 논란이 빚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선거가 끝난 뒤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수의회의 예비심사 절차는 지난 2002년 12월 개정된 총장선출제도에 따라 실시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 해오던 교수 직선제를 간선제의 형태로 바꾸면서 재단과 교수측이 타협한 결과물인 셈이다. 법과대의 한 교수는 "예비심사 절차는 직선제 형태의 총장선출제도를 바꾸면서 교수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네거티브 방식이 후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적격자를 선택하는 투표의 성격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다고 포지티브 방식을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총장선출 방식을 논의하던 지난 2002년 당시에도 포지티브 방식이 논의됐지만, 재단의 총장 선임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에 따라 네거티브 방식으로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의 자리는 구성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정점에 있다. 총장 선출을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수들은 재단의 독단적인 총장 임명을 경계하고, 재단은 한 집단에 의한 직선제를 경계한다. 직원과 학생들은 총장 선출과정에서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아우르는 총장선출 방식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식이다. 한 구성주체가 좌지우지 하는 총장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점점 많은 대학들이 문제점을 경험하고 있다. 교수·직원 직선제에 의해 당선된 총장이 “구성원들의 요구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하고, 파벌 형성으로 인해 내부화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교수 중심의 직선제와 재단의 일방적인 선임권만 강조되는 제도는 대학사회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직선제’와 ‘임명제’의 양 극단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총장추천위원회’ 제도를 탄생시킨 것이다.
최근 대학가에는 총추위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동국대와 홍익대가 올해 이 제도를 도입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건국대, 성신여대 등도 근래에 총추위를 도입했다. 그리고 이러한 총추위 제도도 각 대학들의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직선제와 간선제를 혼합한 형태, 추천권은 총추위에 주고 재단은 선임권만 갖는 형태, 총추위에서도 재단의 선임권이 반영되는 형태 등이다.
현재까지도 대학들의 총장선출제도는 여러 가지 시도와 개정 작업이 벌이며 변화 발전하고 있다. 이번 어윤대 총장의 탈락 또한 각 대학이 합리적인 총장선출방식을 도입하는데 보탬이 돼야 할 것이다. ‘일 잘하는 총장이 네거티브제도로 물러나게 됐다’는 평가는 분명 교수들에게도 분명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