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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총장 "영어강의·교수업적 평가 강화"
"기여입학제는 장기적 과제로 검토"
"출교자 문제 해결, 대학입시 자율 요구"
이필상 고려대 신임 총장이 20일 총장 선임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대학운영 계획 등을 밝혔다.

이 신임 총장은 어윤대 총장 탈락으로 논란이 된 영어강의와 교수업적평가에 대해 "거슬러 가지 않겠다"고 밝혀, 영어강의 확대와 교수 업적 평가를 강화시키는 틀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교수는 "영어강의는 학과간 특성에 따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교수평가제도는 가급적 교수님들의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또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를 나눠, 교수들에게 역할을 분담시키겠다"며 "비교적 젊고 연구를 잘하는 교수들은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고, 연세가 있고 높은 학식을 가진 분들은 교육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전기금 방안으로 제시한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과제"라며 한 발짝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기여입학제는 아직까지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지 않다"며 "지식의 대물림에 대한 비판 등 사회 정서 차원에서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인 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기여입학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장은 출교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학교는 어느 곳보다 법과 원칙이 중요한 곳이지만,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처벌을 위한 처벌은 안 된다"며 "학생들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화를 통해 당시의 전후 상황을 헤아려 보겠다"며 "출교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 일답.

- 소감을 밝혀달라.

"고려대는 일제 암흑기에 ‘민족의 대학’이라는 건학이념으로 세워진 자랑스러운 대학이다. 대외적으로 급변하는 무한경쟁시대의 관건은 ‘어느나라가 지식을 더 많이 축적하느냐’다. 창조적 지식인을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는 대학이 선진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고려대 총장 당선은 기쁘지만, 동시에 어깨가 무겁다. 국가 동량을 창출하는 사명감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한다."

- 발전기금 모금 방법의 하나로 ‘기여입학제’를 들었는데,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기여입학제 도입은 아직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안됐다.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인 감이 있다. 부 축적의 정당성이 문제될 수 있고, ‘지식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여입학제의 장점이 충분히 알려지면 사회적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기여입학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히면 그때 추진하겠다. 장기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 임기 안에 기여입학제 도입은 힘들지 않을까?

"사회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잘라 말하지 못하겠다. 학교 발전과 국가 발전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고, 긍정적 인식이 확산된다면 기여입학제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나 국민 정서가 그렇게 빨리 바뀔지는 미지수다."

- 논술제도 등 입시문제 논란이 많은데, 개선 방안은?

"대학이 유능하게 육성할 수 있는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원 족집게 과외로 대비하는 현재의 논술제도는 변별력이 없다. 앞으로 대학에 자율성 달라는 요구를 하겠다. 정부와 사회는 대학을 믿고 인재를 맡기고, 대학은 건학 이념에 맞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상호협력 관계가 정착되어야 한다."

- 기여입학제 도입의 구체적 시기는?

"도입 시기는 아까 말한대로 ‘사회에서 언제 용인하느냐’에 달려있다. 빠른 시간 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지만, 대학에서도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기적으로 못박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더 타임즈’ 대학 순위 선정에 부풀린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에 관한 입장은?

"‘더 타임즈’에서 요구하는 기준대로 교수 대 학생비율을 산정한 자료를 제출했을 뿐, 고려대 측 잘못은 아니다. 고려대가 고의적으로 부풀린 자료를 제출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출교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학교는 어느 곳보다도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학교는 또한 교육기관이므로 ‘처벌을 위한 처벌’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입장, 스승의 입장에서 이번 출교 사태는 마음 아프다. 출교 조치된 학생들을 직접 만나 심경과 전후 상황을 들어보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 출교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 스왓 분석을 통해 고려대의 약점으로 ‘행정의 비민주성’을 지적했다. 또 안암캠과 서창캠의 격차가 논란이다. 어떤 대책을 구상 중인가?

"역대 총장들이 학교 발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으나, 그간 구성원들의 반응이 적절히 수렴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모두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 ‘자리에 앉아있는 총장’,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총장’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강의실과 연구실을 쫓아다니면서, 직접 의견을 들어 구성원들의 힘을 모으는 총장이 되고자 한다.

안암캠과 서창캠과의 격차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캠퍼스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각각의 캠퍼스 특성에 맞는 역할 변화를 추구하도록 하겠다. ‘격차 해소’ 문제는 ‘역할 변화’의 새로운 관점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점의 변화로 고대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나가고 싶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많이 해오셨는데, NGO와의 학문적 연계성에 대한 고민은 없으신지.

"NGO 활동을 경실련에서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정경유착, 부정부패 가 심했다. 투명한 정치제도가 필요하고 경제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자적 관점에서 시장 경제를 제대로 발전시켜보자는 의도였다. 10여년 전 경실련을 사실상 떠났고, 지금은 자문 정도 하는 역할이다. 총장이 되면 NGO와는 거리를 두고 총장직에 몰두하겠다."

- 경영대학장으로 재직할 때 2년동안 500억원을 모금했다. 총장 재직 동안에는 어떻게 발전기금을 모금할 계획인가.

"경영대 학장으로 있으면서 엘지 포스코 경영관을 상품화한 적이 있다. 건물을 짓는 데 도움을 주시면 사회와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진심성으로 설득했다. 큰 자금을 지원하면 건물에 이름을 따서 붙이고, 어느정도의 자금은 강의실에 이름을 붙여주는 방식 등 네이밍 기법을 도입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법과 함께 대학의 발전이 국가경쟁력이고, 대학에서 키운 인재가 나라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설득하겠다."

- 어윤대 총장의 예비심사 탈락으로 논란이 된 영어강의와 교수업적심사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고려대도 세계적인 대학이 돼야 한다. 영어강의는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영어강의가 좋은 시도였는데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하다보니 잡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보완해서 학과간 특성에 따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2004년 이후 400명의 교수들이 새로 채용됐는데 대부분 영어강의 경력이 있다. 영어강의 비율은 거꾸로 가지 않고 확대해 나가겠다. 교수평가제도는 가급적 교수님들의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화해 나가겠다. 다만 교수님들의 역할을 분담시키겠다. 젊고 연구 잘하는 교수들은 연구에 집중토록 하고 연세가 많고 학식이 높은 교수님들은 교육에 주력토록 하겠다. 또 평가를 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다양화된 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

- 'CEO'형 총장의 계보를 이을 것인지.

"대학 총장은 양면성이 있다. 학자의 높은 학식과 도덕성, 동시에 많은 자금을 유치해서 학교를 발전시키는 뛰어난 경영능력이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 두가지를 조화시키는 것이 대학 총장의 나아갈 바라고 생각한다. 양쪽을 잘 조화시키는 방식으로 해 나가겠다."

- 타대학 출신으로 고려대 총장에 선임됐다. 또 경영대 출신이 총장을 도맡는다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은 지 24년이 됐다. 교수가 되고 처음으로 흥분된 마음을 안고 학생들과 함께 정기고연전을 관전한 적이 있다. 같이 어울려 응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려대에 대한 애정을 쌓아오면서 진정한 고대인이 됐다. 고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경영대에서 총장이 연달아 나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학교 행정은 출신 대학마다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들이 경영학과 교수라는 것과는 관계없이 잘 할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6-11-20 오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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