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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국립대, '닭 쫓다 지붕만'
충남대 큰 타격…나머지 사립대도 악영향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내 국립대 입지 불허 방침으로 충남대 등 그동안 행정도시 진출을 적극 추진해왔던 지역 국립대는 물론 충청권 대학가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충남대의 경우 충북대, 공주대와의 통합을 통해 행정도시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데 이어 4개 지역 대학과의 연합을 통해 입지를 꾀하려던 복안마저 수포로 돌아가 지역 거점 대학으로서의 위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왜 국립대 제외했나 = 사실상 국립대 모든 의사결정권을 쥔 교육인적자원부의 반대에서 비롯됐다.

행정도시건설청은 지난 17일 충남대, 공주대, 한밭대, 교원대에 각각 보낸 공문을 통해 "당초 입지를 희망한 대학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관계기관(교육부)에서 국립대는 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립대를 이전하려면 정부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데 쉽지 않고, 기존 국립대의 시설 등 인프라 낭비가 우려된다는 점을 반대사유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행정도시의 건설을 촉진시키려는 건설청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행정도시건설청은 그동안 행정도시의 신속한 인구유입을 위해 대학의 조기 유치를 희망해왔고 이 때문에 국고지원이 뒤따라야하는 국립대보다는 재원조달이 용이한 사립대학을 내심 선호해왔었다. 최근에는 서울 유명 사립대학 2-3곳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행정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특혜시비 등이 있을 수 있어 그동안 신중에 신중을 기해왔다"며 "국립대 입지 불가라는 교육부의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지역대 '닭 쫓다 지붕만' = 행정도시 입지에 대학 발전의 사활을 걸어왔던 충남대 등 지역 국립대학들은 상당 기간 깊은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충남대의 경우는 충북대, 공주대와의 통합 실패, 의학전문대학원 유치 포기에 이어 행정도시 입지마저 사실상 물건너가게 돼 지역내 위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임기의 절반을 남긴 양현수 총장의 리더십에도 심각한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도시에서 가장 근접한 공주대 역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안방을 내 주게 됐고 행정도시에 큰 관심을 보여온 한밭대와 한남대도 대학발전의 디딤돌을 잃게 됐다.

나머지 충청권 사립대도 수도권 유수의 사립대학이 행정도시에 입지할 경우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현재도 입학자원에 비해 이 지역 대학들의 수가 크게 웃도는 가운데 새로운 대학 또는 분교가 들어설 경우 대학간 새로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사립대 한 관계자는 "지금도 대학이 넘쳐나고 있는 데 새로운 대학이 수도권에서 내려오면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더 문제인 것은 지역대학들이 행정도시를 통해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대 책임도 = 행정도시건설청이 국립대학 입지 불가 방침을 결정하기까지 지역대학들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건설청에 전달한 국립대 입지 불가 사유 중에는 '입학정원 감축, 대학 통폐합 등 대학 구조개혁 추진과 상충된다는 점'도 포함돼 있다.

즉 충남대-충북대, 충남대-공주대의 통합이 행정도시 입지의 한 중요 조건이자 기회였는 데 무산되면서 지역 국립 대학 스스로 기회를 차버렸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충남대를 비롯한 국립대들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대학 들어서야한다"는 당위성만을 앞세웠을 뿐 내부적으로 통폐합 등 뼈를 깎는 자체 구조개혁에 등한시한 결과이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행정도시가 충청권에 건설되기 때문에 적어도 이 지역 대학이 1곳은 포함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앞섰다"고 지적했다.

지역 사립대학 역시 국립대들이 행정도시에 들어서려는 계획을 학교 내부적인 일로 치부하거나 때로는 시샘하며 한 목소리를 내지 않아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행정도시건설청도 행정도시 입지 대학 선정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국립대학 배제 방침을 서둘러 발표하며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냈고 지난 2년간 행정도시 진입을 추진해왔던 국립대학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사립대 행정도시 독차지? = 수도권 사립대학들의 행정도시 진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지난 7월 행정도시건설청이 전국 190개 4년제 대학교를 대상으로 입지 희망 수요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서는 4개 대학이 입지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은 이미 공공연하게 행정도시 입지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어 이번 국립대 배제 방침으로 더욱 유리한 입장이 됐다.

하지만 이들 대학은 본교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제2캠퍼스 등을 건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국립대에만 통폐합 등 구조개혁의 잣대를 엄하게 들이댔다는 형평성 시비도 일 전망이다.

아울러 수도권 사립대 분교가 지역 균형발전, 수도권 인구 분산 등 행정도시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 목적에 부합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행정도시 입지를 추진했던 한 대학 고위 관계자는 "행정도시건설청이 지방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종전 서울 중심의 기득권 구조를 그대로 인정한 꼴"이라며 "충청권 대학들이 모여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입력 : 06-11-20 오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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