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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에서 UN이나 OECD 같은 국제기구의 통계라든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또는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민간기구의 평가를 통해 경쟁력에 대한 순위가 매겨지고, 우리는 그 결과를 성적표 처럼 받아 들고 그간의 노력을 평가하게 된다.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방법, 관점, 요소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동일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경제활동에 관련된 지표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실상 국가의 경쟁력은 경제력과 비례하기 마련이다.
최근 우리 사회가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력을 평가하는 요소에도 의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발전 인프라로서 지식의 생산량이나 지식의 활용 정도가 새로운 평가 요소로 부각되고 그 중요성도 아주 높게 인식되고 있다. 지식 관련 지표는 범위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산술적으로 측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산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02년 지식경제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식총량은 미국의 3.4%, 일본의 10%로 지식의 양은 국력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보고서에서도 대학 보유 연구정보와 발표 논문 등 각종 연구관련 지식총량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5.9%, 일본의 14%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의 양은 이처럼 국가의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의 경쟁력이 지식경쟁력과 비례한다면, 지식경쟁력의 원천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당연히 연구 활동의 중심인 대학에서 비롯된다. 대학은 연구 활동의 결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생산지이다. 고인이 된 피터 드러커도 국내 한 대학의 신임총장 축하 메시지에서 '현대사회에서는 과거 산업사회에서 기업이 수행했던 역할을 대학이 담당하게 됐기 때문에 대학은 지식의 원천이며 지식발전의 동력 기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식이 곧 부의 진정한 창출자이기 때문에 대학총장만큼 중요한 자리는 없다고 역설하면서 축하의 변을 대신한 것에서 대학의 중요성은 충분히 강조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경쟁력은 국가경쟁력 평가의 다른 부문 중에서도 유난히 낮은 점수를 얻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스위스 IMD 평가 결과에서도 지식의 전달지수나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 전체 경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OECD국가 중에서 최상위권에 올라있는데 반해 경쟁력은 하위권이다. 국가경쟁력 평가 외에 대학만을 전문으로 하는 평가에서도 우리 대학은 여전히 낮은 점수를 얻고 있다.
대학평가는 중앙일보나 미국의 US News & World Report, 영국의 The Times와 같이 언론사에서 주로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상해교통대학 평가가 대학에서 주도하는 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대학은 이들 평가 중에서 상해교통대학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상해교통대학 평가에서 국내 대학은 아직까지 100위 안에 진입해 본 적이 없다. 더 타임즈 등 언론사 주도 평가가 교육 환경 등을 평가요소로 삼는데 반해 상해교통대학 평가는 대학의 본질인 연구활동 지표를 보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대학의 연구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대학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은 결코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경쟁력을 단순히 대학경쟁력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지식사회 핵심가치인 지식의 산실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의 경쟁력 향상 차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순영 국가지식정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