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명예회장은 1일 오후 포스텍 개교 기념식 참석에 앞서 대학 강당 대기실에서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은 다 호황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왜 이런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물음에 "경제 전반에 대한 명확한 자료와 통계를 가진 사람이 알아서 해야지 우리가 뭐 알겠느냐"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정치 얘기할 입장이 안된다"면서 "책임자는 입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기도 해 최근 정치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박 명예회장은 포스텍 개교 20주년 소감으로 "언제 20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가 좋게 생각해야지..."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 "포스텍이 발전하려면 교수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최고라는 자만심을 갖고 안주하면 대학도 정체한다"며 "학생들도 졸업 후 모교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명예회장은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서도 최근 교수 임면권의 이사회 환원으로 내홍을 겪고있는 대학 구성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명예회장은 "개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덕담을 해야 하는데 고언을 하게 돼 착잡하고 무거운 심정"이라며 "사립학교법에 보장된 재단이사회의 권한을 전폭적으로 위임했던 것은 신설대학의 행정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단이었으며 무엇보다 사심과 공명심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조직이든 10년, 20년이 지나면 초기의 정신이 희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단한 자기성찰과 자기갱신이 요구되는 것"이라며 "20년 전 나의 결단은 일종의 신사협정이며 포스텍이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고 있으면 언제나 유효하지만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원상복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은 특히 "개교 당시 훌륭한 기반을 버리고 조국의 미래를 위해 불확실한 포항으로 온 원로교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포스텍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학 설립정신이 확고한 전통과 학풍으로 확립된다면 불미스런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교 기념식에는 교수 임면권의 이사회 환원에 반발해 주임교수와 연구원, 학생 등 상당수가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