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갈수록 적어지면서 총학선거 투표율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비운동권 출신 총학생회장의 출현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니다.
특히 유효 투표율 확보를 위한 연장 투표에도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선거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도 많다.
◇ 학생회 탈(脫) 운동권 가속화 = 올해 주요 대학의 총학 선거에서도 '비운동권'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운동권 후보들에게 압승을 거뒀다.
3일 각 대학에 따르면 고려대 총학 선거에선 비운동권인 '고대 공감대' 후보 박상하(공과대 04)ㆍ박성민(경영대 00)씨가 운동권인 '스포트라이트'를 누르고 각각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연세대에서도 비운동권 '와우 연세' 최종우(신학 04)ㆍ김혜진(교육학 04)씨가 63.31%의 지지율로 운동권인 '스페셜리스트'를 여유있게 제쳤다.
성균관대의 경우 비운동권 후보가 운동권 후보를 꺾고 당선돼 비운동권 후보들이 7년 연속 승리했다.
경희대와 한국외대, 이화여대, 동국대, 중앙대 등도 비운동권으로 분류되는 후보가 당선됐다.
주요대 가운데 운동권이 당선된 곳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서강대, 한양대 등의 경우 단독 출마에 따른 것이어서 운동권 학생회 '퇴조'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 무관심 고조 = 각 대학 총학생회와 후보자들은 투표율을 높이려고 인터넷 투표 도입이나 미니홈피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제50대 총학생회 선거는 지난달 21∼23일 투표에 이어 29일까지 3일 간 연장투표까지 치렀지만 결국 투표율이 50%에 못 미쳐 무산됐다.
서울대 총학 선거는 2003년과 2005년에도 무산된 바 있다.
고려대도 올해 투표율이 50%를 안 넘어 투표기간을 이틀 연장했고 지난해 선거는 연장투표까지 치렀지만 무산됐다.
올해 한양대 총학 선거도 연장투표를 통해 가까스로 최소 투표율을 넘어섰다.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투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려 했으나 기술 문제로 내년부터나 가능할 것 같다"며 투표율 높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개인주의 성향이 확산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타성에 젖은 학생회 운영 방식이나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 등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참여도는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려대를 졸업한 박모(28)씨는 "기존 학생회는 지나치게 넓은 이슈와 자신들의 방향성에 매몰돼 정책적인 실패를 거듭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했다. 학생들도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상관 없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 대학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주모(27.여)씨는 "학교 당국의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학생회가 외면받으면 학생 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